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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ug 10. 2023

영원히 따뜻한 어떤 것, 환하고 즐거운 어떤 것

<언제나 다음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지> 김겨울 저


어느 라디오에서 그랬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국밥? 김치? 아니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떡볶이라고. 그 말에 쉬 동의하지 못했는데, 직장 생활이란 걸 하며 알게 되었다. 맞다. 한국인의 (아니 한국인까지 거창하면 최소한 나의) 소울푸드는 누가 뭐래도,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떡볶이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먹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진 않는 편이다. 나라고 맛있는 음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맛집을 찾아 전국 팔도를 유랑한다던가, 여행지 맛집을 위해 웨이팅을 감내하지는 않는다.(보통은 그 옆에 비슷한 집이 있다. 맛도 가격도) 물론 함께 간 일행이 '줄 서'라 명령하면 서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뭐 먹을래?' 물어보면 늘 대답하는 메뉴가 있긴 하다. 떡볶이. 어릴 적 학교 갔다 오는 시장에서 사 먹던 (요즘은 뉴트로 초록에 흰색 무늬) 접시에 담긴 200원짜리 신평시장 떡볶이부터 시작해서 고딩때 학원 가는 길에 사 먹던 천 원짜리 '바로 그 집' 떡볶이.(경북 구미 출신이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 대학시설 떡볶이가 그리울 때면 달려가던 대구 두류 공원 앞 '달고 떡볶이' 그리고 요즘도 스트레스 심한 퇴근길에 땡겨야 하는 여백 지하 '모퉁이네' 즉떡에 생맥 한 잔.


몰랐던 사실인데 동네마다 떡볶이의 모양이 조금씩 다를진대 내가 살던 곳은 주로 국물 베이스의 떡볶이가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떡볶이를 냄비에 하고, 아내는 떡볶이를 프라이팬에 한다. 한때는 프라이팬에서 무슨 떡볶이가 나오느냐 했는데 프라이팬에서 나오는 기름 떡볶이도 맛나다. 서울에 올라와서야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떡볶이가 있는지 알게 됐다. 물론 이 떡볶이들이 다 서울 태생은 아닐진대 온갖 조선 음식이 다 모이는 곳이 서울이다 보니 온갖 떡볶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떡볶이를 알아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요조의 <아무튼 떡볶이>도 그랬는데 이 책에서도 세상의 모든 떡볶이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만큼 떡볶이를 잘 알지는 못하기에 떡볶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언제나 즐겁다. 읽다 '떡볶이란 무엇인가' 자문자답했는데 저자의 이 이야기가 딱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음식에 두고 있는 마음일 테다. 늘 새롭고 기쁜 것. 잊을 수 없어 계속 만드는 것. 먹으면 위로받고 힘이 나는 것. 떡볶이란 무엇인가? 영원히 따뜻한 어떤 것, 환하고 즐거운 어떤 것이다. (p.19)


영원히 따뜻한 어떤 것, 환하고 즐거운 어떤 것. 당신에게도 이런 음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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