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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ug 12. 2023

아주 오래된 책 앞에서, 다시 책장을 펼치며.

<서평가의 독서법> 미치코 가쿠타니 저

서평가라고. 누가 그랬다. 하긴 어쩌다 보니 비교적 많은 양의 책을 읽는 편이며 또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읽고 난 이야기를 남기는 채널까지 만들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책 소개하는 걸 즐겨 했는데, 그때마다 책의 줄거리를 줄줄 읊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도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밑줄 그은 글을 그대로 옮기는 건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책을 읽으며 내게 꽂히는 지점이 있고 그 감상을 최대한 나의 언어로 풀어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말이 길어질 때도, 저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갈 때도 있다. 처음에는 저자와 반대되는 이야기 같으면 지우고 새로 쓰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럴 때도 그러려니 한다. 쓰기 시작한 책이 이제 700권이 가까워져가니 나도 짬바라는 게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이 채널의 글들을 모아 나도 책을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서 연결해 주는 독립출판을 대행해 주는 곳이 있어서 원고를 모아보기도 했고, 브런치 북으로는 출간해 보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은 말았다. 무언가 부끄럽고 민망했다. 아직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이기는 종이보다는 인터넷 공간 정도가 족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나 같은 아마추어가 아닌 찐 서평가가 쓴 책의 100권의 서평을 모은 책이다. 머리말에서 100권을 선정하기 힘들었다고 적었는데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것 같았다. 살면서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 100권을 고르라니 그냥 새 책 한 권을 쓰고 말지. 독서광들은 그렇다. 어떤 책인들 의미 없는 책이 있을까.

'만약 내가 100권을 뽑는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펴들었다. 좋은 서평가란 어떤 사람인가? 그가 이야기하는 책은 단순한 내용의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책을 통해 마음을 이야기하고, 역사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이야기한다. 어떤 글은 위로가 되었고 또 어떤 글은 앞으로 내가 써야 할 글의 레퍼런스가 되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아직은 모자라지만 내가 써야 할 글의 물줄기를 조금은 잡아갈 수 있었다.


"책 읽기는 우리를 이민자로 만든다. 우리를 고향으로부터 멀리 데려간다. 하지만 더욱 중요하게, 어디서든 우리의 고향을 찾게 해준다"


영국 소설가 진 리스의 이야기다. 나의 글도 읽는 이를 어딘가로 데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더 나은 삶,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도 좋지만, 이 읽기가 누군가의 영혼을 채워주고  마음을 덥혀주는 글이 되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본다. 아주 오래된 책 앞에서, 다시 책장을 펼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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