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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ug 17. 2023

어떤 순간에도 맛있는 초콜릿은 옳다

<잘 될 수 밖에 없는 너에게> 최서영 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제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집어 든 이유는 간단하다. 잘 팔리니까. 여느 서점 베스트 코너에나 이 책이 걸려 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찾는다는 걸 보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겠다 싶기도 하다. 사실 뭘 읽어야 할지는 모르겠고, 뭐든 읽고는 싶고 그럴 때 만만한 게 딱 이런 유의 자기 계발 에세이기도 하다.


휴가철 전자책으로 밀리의 서재를 뒤지다 골치 아픈 책은 여기서 읽을 수 없을 것 같고 베스트 중에 선택한 책이다. 선베드에 누워 가볍게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고, 너무 가볍게 읽었는지 사실 읽고 난 뒤에 사실 책 내용이 별로 기억 나지 않아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책을 펼쳐보기도, 다른 이의 감상을 훔쳐 보기도 했다.

그러다 발견한 리뷰.



새로운 깨달음과 배움을 얻었다는데

어떤 순간에도 맛있는 초콜릿을 찾아 나서자니 ㅋㅋㅋ

의식의 흐름에 따라 냉장고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으며 글을 쓴다. 가벼운 마음으로, 초콜릿을 찾는 마음으로.


저자는 유튜브 <가전 주부>를 통해 소위 대박이 난 50만 유튜버다.(사실 유튜브 잘 안 본다..) 50만 쯤 되면 어느 정도 셀럽의 경지에 올랐을 텐데 저자는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며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라는 문장에 세게 밑줄을 그으며 박수를 쳤다. 이건 정말 그렇다. 보통의 사람들은 놀랍게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설사 오늘 운동화를 거꾸로 신고 나간다 하더라도 눈여겨보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사는 세상이라지만 그 카메라 유튜브 머신으로 바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실수를 이불 속에서 곱씹지 마시고 그저 내일의 삶을 사시라.


저자는 (아마도) 구독자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소위 잘 되는 이의 삶의 자세와 태도에 관한 조언을 들려준다. 챕터마다 부록에 주제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 문장들을 적어두었는데 이것만 가지고도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자기 계발 붐이 불기 시작할 때 굉장히 싫어했던 말이 있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를 이 말에 사람들은 능력이나 준비, 태도 같은 자기 객관화 없이 이 '가슴'에만 매몰되기 시작했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이 못된 주문에 휘둘린 이들은 사표를 던졌고, 여행을 떠났고, 카페를 차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도 꽤 많은 이들이 이렇게 '꿈돌이'가 되어 인간 세상을 떠났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생존해서 돌아온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어떤 이는 아예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그때도 지금도 '가슴 뛰는 일을 하라'며 부추긴 이들은 여전히 유튜브나 TV의 스타강사로 잘 먹고 잘 살지만 말이다.

'가슴뜀'의 붐이 살짝 지났나 했더니, 그 다음에는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거라'라는 정체불명의 주문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가슴 뛰게 하려다 망했는데 그 뒤통수에 대고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거야'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린가. 그렇기에 이 책 제목에서 풍기는 '잘 될 수 밖에 없는'이라는 설탕 한 스푼이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사실 미심쩍다.


내가 굉장히 시니컬한 것일 테지만, 소위 '잘 된다'라는 개념부터 우리는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 잘 되는 것이라면 아마 당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성공은 누군가의 열심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실패 또한 그러하다. 실패한 인생은 그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어서이기도 하다. 세상은 열심히 살면 레벨이 올라가는 게임이 아니다.

다만 잘되는 것이 내 주위의 누구와 관계없이 주관적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아마 잘 될 가능성이 꽤 높다. 책의 조언도 사실 이 '잘 되는 것'의 정의를 스스로 내린 이에게 유효할 것이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베스트셀러를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 추천.

아 그리고 지금 무엇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에게(나에게) 저자의 이 조언은 꽤 유의미했다.


그럴 때 차라리 이렇게 생각해버리면 어떨까. 내 인생은 이미 실패했다고.

빳빳한 새 노트에 첫 줄을 쓰는 건 어렵지만 낙서가 가득하고 찢겨진 종이엔 무엇이든 주저 않고 쓱쓱 써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 내 인생은 실패했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서 실패했다는 말은 망했다는 말과 다르다. 여태까지 많은 실수들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살아온 나니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또다시 잘 살아가리라는 자조적인 자기 신뢰다.

(전자책 p.9)


나는 또 글을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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