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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Sep 17. 2023

어떤 브랜드는 역사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사라지는가?

<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더글라스B홀트 저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마케터 모임에 속해있다. 우리 모임에는 꽤 다양한 직업군의 마케터들이 있고, 한달에 한번 자신의 일과 마케팅에 대해 발제하는 형식의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나와 다른 이들의 마케팅 이야기는 매번 흥미로운데 어느 날 들었던 코카콜라의 이야기는 흥미를 넘어 솔깃하기까지 했다. 1920년부터 시대별로 콜라가 시대와 소통하며 어떻게 변해왔는지, 코카콜라가 나라별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했는지, 외국에서 빅 히트를 쳤던 마케팅이 왜 우리나라에는 성공하지 못했는지. 정치가 넘지 못하는 벽을 넘어버린 코카콜라가 말하는 ‘문화’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지점이 많았다.


'왜 어떤 브랜드는 역사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가?'


책은 꽤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한다. 훅 들어가는 질문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만 실제 책을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랬다. 책은 사례연구와 문화 분석 기법을 결합하여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논문이다. 더군다나 미국 사람이 쓴 논문이기에 처음부터 꽤 많은 단어들이 주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단어로 번역되어 있으며, 문화적 차이에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구간도 꽤 많다. 그렇기에 꽤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책이다. 브랜드에 대해 알아야 하거나(알고 싶거나),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마케터라면 ‘어떤 브랜드는 역사가 되고, 어떤 브랜드는 잊히는가?’라는 질문을 지나칠 수 없어 완독하겠지만 가볍게 ‘브랜드가 뭐지?’ 정도의 태도라면 다른 쉬운 책을 먼저 접하길 권한다.


책은 아이코닉 브랜드가 무엇이며, 이것이 되려면 결국 문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코로나 맥주, 코카콜라, 스내플, 마운틴 듀, 폭스바겐, 버드와이저, ESPN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초반 이후의 이야기는 이 브랜드들이 어떻게 아이코닉 브랜드가 되었고, 시대와 소통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혹은 사라졌는지)에 관한 저자의 설명이다.


1. 하나의 브랜드는 다양한 ‘저자들(authors)’이 그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비로소 뚜렷해진다. 브랜드에는 네 가지 기본 유형의 저자들이 관련되어 있는데, 이들은 기업, 문화산업, 비평가들과 상품유통 판매원과 같은 중개인, 그리고 고객들(특히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상황에서)이다. 이 저자들의 상대적 영향력은 제품 범주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전자책 p.38)


하나의 브랜드는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문화산업(광고, 영화 및 스포츠 이벤트)이 제품을 활용하며, 중개인(잡지, 신문 등의 평가)이 평가하고, 그리고 유저들의 이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뚜렷해 진다고 한다. 오늘날 SNS의 발달로 인해 기업을 제외한 문화산업, 중개인, 유저의 구분이 불명확해진 시대이긴 하지만 어떤가? 당신의 브랜드는 이 네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2. 브랜드는 정체성 신화를 보여줄 때 ‘아이코닉 브랜드’가 된다. 여기서 정체성 신화란 소비자들이 매일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실제 세계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상상 속의 세계에서 나온 문화적 불안들을 해소하는 간단하고 단순한 가상의 이야기를 뜻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화에서 표현되는 욕망이란, 글자 그대로의 욕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상상 속의 신화 같은 것으로 관객들, 즉 소비자가 열망하는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뜻한다.(전자책 p.48)


브랜드의 정착을 넘어 아이코닉 브랜드가 되려면 신화(정체성)를 그려내야 한다. 이를테면 이 브랜드들은 나의 일상을 넘어 내가 꿈꾸고 원하는 곳에 상징으로 함께 자리해야 한다. 우리고 먹고, 마시고, 운전하는 것들은 그 때 아이콘이 된다. 가령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상대 골대에 공을 꽂아 넣는 손흥민(혹은 내가 될지도)의 유니폼에는 나이키가 새겨져야 하며, 멕시코 해변의 미녀들과 함께 코로나 맥주가 있어야 한다. 힘든 일과를 마친 펍, 그곳의 노동자들의 손에는 버드와이저가 들려있으며, 성공한 내가 강남 대로를 질주하는 차의 로고는 BMW라는 식이다.


3. 문화 브랜딩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의존하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대상에도 적용된다. 가장 명백한 예는 영화 및 TV 스타, 뮤지션, 소설이나 스크린의 영웅, 심지어 만화 캐릭터와 같은 대중문화 산업 상품 같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비영리·비정부단체(NGOs), 관광지, 기타 장소(국가, 도시, 이웃), 사회운동 및 정치인 등도 모두 문화 브랜딩의 주요 후보자들이다.(전자책 p.42)


지금 나는 비영리 섹터에 속해있고, 이 곳에서 어떤 문화 브랜딩이 가능할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민하는 지점에 있다. 기부가 문화가 되게 하는 것. 모두에게 당연한 정체성이 되게 하는 것이 과제이자 숙제다. 저자는 너무 쉽게 이것이 이미 시장에 나와있고, ‘이미 받아들여진 생각들’을 다시 해보라고 말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방법을 모르겠다.


다시 콜라 이야기로 돌아가서. 코카콜라의 마케팅 사례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었던 건 콜라병에 개인의 이름을 넣은 ‘Share a Coke’였다. 2011년 등장한 이 캠페인은 펩시에 10년째 밀려나던 코크의 매출을 단숨에 회복시켰으며, 특이한 병들은 이베이에서 경매에 나오기도 했다. 개별화 되며, 재미있고, MZ에 최적화 된 이 마케팅이 왜 한국에서는 실패 혹은 진행되지 못했느냐? 비슷한 이름이 많은 미국에 비해 한국 사람의 이름은 너무너무너무 다양해서였다.

(한국에서는 친구야 힘내 등으로 변형되었으나, 매출은 뭐 기대보다는 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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