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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Sep 26. 2023

책으로 쓴 편지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저


작가이자 아나운서, 이제는 서점 주인이 자 한 회사의 대표, 오상진 아나운서의 아내, 수아의 엄마인 김소영은 좋은 사람이다. 처음에는 꽤 잘나가는 아나운서였던 그의 업을 스스로 내려놓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할 때 꽤 의아해했다. 아무리 책을 좋아하더라도 그건 그냥 취미로 넣어두지. 저렇게 잘나가는 셀럽이 왜 굳이.. 싶었는데 그 이후의 그의 행보 그리고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김소영'이라는 사람이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책은 머릿말에서도 소개하지만 긴 시간 그가 이름도 모를 수 많은 이들과 책으로 소통한 기록이다. 사실 그의 책 이야기에 한 번도 조인된 적이 없어서(책 모임 잘 안 감...;;;) 그의 책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어떤 이들은지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반대로 그가 이렇게나 많은 이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으며 오늘 우리가 이 땅에 발붙이고 살며 어떤 일로 고민하고, 어떻게 아파하며 또 어떻게 그 외로움과 권태,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지. 그가 그간 책을 통해 어떻게 그들을 위로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에 다시 무릎에 힘을 주고 일어선 사람들까지.


언젠가부터 책은 자기 계발의 다른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자꾸 무언가를 배워가려 하고 깨달으려 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는 건 마음이 아닌 머리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고 그렇게 우리는 자꾸 말로 위로하고, 머리로 감정을 만지려 했다. 그런 우리에게 김소영은 반대로 말한다. 책을 통해 그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마음을. 그렇게 함께 일어나는 마음을. 그리고 그 마음으로 일하라고 말한다. 성공하라고 말한다.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챕터마다 추천하는 책들을 하나하나 캡처했다. 언젠가부터 나 또한 협찬과 자기 계발에 길들여져 고전이나 문학을 멀리했는데 이 기회에 그가 추천해 주는 책들을 제대로 한번 읽어볼 양이다. 


책 읽기는 수시로 좁아지려는 저의 세계를 부단히 넓히고, 얕아지는 제 마음의 벽을 숱하게 찔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어서 제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을 겁니다. 그 대상이 책이든, 다른 무엇이든 늘 어딘가를 향해 힘껏 달리며,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하며 그 과정 자체에 빠져든 탓에 주변을 잘 돌보지 못하기도 하겠죠.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 보려고 노력하는 저를 변명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냅니다.(전자책 p.165)


책의 마지막 장, 특히나 이 문단을 덮으며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부해졌다. 뭐랄까. 책은 원래 이런 거다.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도 분명 책에 있지만 한 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오는 따뜻함, 뭉클함 괜히 몽실 거리는 감정들. 짧은 글로 그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해 미안할 따름인데, 책으로 위로 받고 싶거나 어떤 감정에 푹 들어가고 싶은 분들이라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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