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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Oct 01. 2023

내가 그 2명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신다은 저


구의역 김 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지난해 SPC에서 일어난 산재사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게 산재인 줄 알았다. 그런데 통계는 하루에 두 명 꼴로 노동자가 그들의 일터에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뉴스에 보도된 사례들은 운이 좋은 케이스인지도 모른다는 거다. 우리는 얼마나 한편만 보고 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벌써 20년도 더 된 일이다. 칼에 손을 깊게 베였는데 하필 주말이었던 터라 병원 응급실을 이용해야 했다. 나름 꽤 상처가 깊어(보여) 서 택시까지 잡아타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의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 어딘가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울부짖음이 들렸다.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괴성이었는데 그때 슬쩍 돌아본 광경이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한쪽 팔이 없는 상태에서 피에 찌들어 아무렇게나 감긴 붕대(아니 그게 붕대인지 휴지 뭉텅이인지도 불명확하다) 그리고 모든 구멍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는 남자의 괴성.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프레스기에 팔이 끼였다고 한다. 내 상처 난 손가락을 한참을 구석에서 쳐다보다 간호사에게 응급처치를 받고 돌아 나왔다.

그는 잘 치료받고 고국으로 돌아갔을까?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보아 한 즉 왠지 그렇지 못했을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든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그랬다. 이 책은 오늘 함께 출근했으나 함께 퇴근하지 못한,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그 2명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두 명.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다.


1장을 읽고 마음이 아려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1장은 평택항에서 목숨을 잃은 이선호 씨에 관한 이야기,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또 그 주검을 눈앞에 둔 그의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는지 세세히 이야기한다. 그의 죽음은 운 좋게도(?) 굉장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모두의 이목을 끌었고 정치와 언론은 당장이라도 이 시스템을 뜯어고칠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관심이 사그라들며 7개월을 끈 지지부진한 재판의 결론은 '관리 감독의 의무를 해태 한' 기업 및 관리자들의 벌금과 집행유예였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 사건은 그나마 사회적 관심을 받은 사건이었다. 아마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은 오늘도 무관심 속에 어제 내련 판결과 비슷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산재사고의 현장 속에 있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는 구조적 문제라 외치지만 이 목소리는 거의 모든 재판 과정에서 무시된다.


저자는 책의 2부에 산재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측은 집요하게 산재가 아니라 개인의 실수 혹은 일탈이었음을 강조하려 한다. 일견 그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저자는 산재의 원인을 구조적 한계에서 찾는다. 2022년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되자 "작업자가 제 목숨 함부로 다루는 것까지 회사가 책임져 줘야 하느냐"라는 실제 있었던 목소리의 빈틈이 무엇인지, 왜 그들은 산재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는 꽤 오랜 페이지를 들여 설명한다. 그리고 당부한다. 당신도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3부는 이러한 산재가 왜 숨겨지고 터부시되는지에 대해 4부는 이 산재가 건설이나 기계를 다루는 일부 노동자들의 문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우리가 어떻게 이 산재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이를 넘어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들려준다.


책은 기자가 평택항에서부터 산재 현장을 쫓아다니며 취재한, 그리고 그렇게 그가 알게 된 산재에 대한 기록, 꽤 깊이 있는 대한민국 산재에 관한 르포다. 사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좀 답답해졌다. 하루에 두 명. 함께 출근했으나 퇴근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두 명이 내가 되지 않기를 감사해하며 퇴근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꽤 숙제를 많이 남기는 책이다.


*산재에 관한 당사자를 알고 있거나 본인이 당사자라면 한 번쯤은 정독하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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