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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Oct 04. 2023

당신은 이미 충분한 사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저

일단 살아. 죽지 말고 살아. 의미와 재미 같은 거. 산 다음에 찾아. 그리고 잊지 마. 너는 너로서 충분해. 하늘의 별 말고 네 안의 별을 봐. 어둠 속에서도 너는 빛나고 있어.

기억해. 네가 무엇이건,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지금 입은 얼룩덜룩한 옷을 입어도 이미 존재만으로도 별처럼 빛나고 있음을.(p.124)


마음이 훅 무너져 내렸다. 이른 나이에 스타가 되어버린, 그러면서 가족도 친구도 모두 잃어버린 은별에게 마음 세탁소에서 만난 지은은 당부한다. 너로서 충분하다고. 너는 존재만으로 별처럼 빛나고 있다고.


매일 해가 애처롭게, 꼭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예쁘게 지는 동네, 메리골드의 한 산 중턱에 구겨진 마음의 주름을 다려주고, 얼룩을 빼주며, 아픈 기억을 지워주는 마음 세탁소가 있다. 김밥이 맛있는 분식집과 한 건물에.


이곳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가족의 기억을 지우고 싶은 사람, 사랑의 얼룩을 지우고 싶은 사람. 공감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사장님은 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만져준다. 큰 티셔츠를 빨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던 이들은 얼룩을 지우며 자신이 기억을 지우고 싶어 했는지 혹은 그 추억에 내가 성장했는지 알게 된다. 상처 입은 이와 치료하는 이의 경계는 점차 옅어지고 한차례의 마음 세탁이 끝나고 난 후 그들은 모두 한걸음 더 성장한다. 마음 세탁소. 어딘가에 꼭 있었으면 하는 세탁소를 만났다.


힐링 소설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왜 힘든지, 왜 마음이 어려운지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들리는 위로의 이야기가 마음을 무너뜨릴 때가 있다. 이 책을 읽는 새벽에 내가 그랬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 긴 연휴가 끝나가는 밤에, 비교하고 못나지는 내 마음을 가만히 안아본다. 이미 넌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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