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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Feb 13. 2024

Circle of life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저

1931년 로워 엘리배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2018년 내슈빌까지 이어진다. 4대를 이어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이자 그들과 함께 한 모든 것들 풀벌레, 파랑새, 폭풍우, 토마토, 어치 등의 이야기다. 이동진이 추천했다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책은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세세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 관찰한 것들의 일기 같기도 하고, 무던하게 그려간 기록하고 싶은 날의 풍경 같기도 하다. 로워 앨리바마, 버밍행, 콜라라도 등지를 오가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건 꽤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90여 년 전, 아직은 세상이 조금 덜 발달했을 때에 그의 곁에는 파랑새도 있었고, 갈색 집 굴뚝새도 있었다. 연못에 내려앉은 수련 때문에 개구리나, 밤, 거북이가 살아갈 공간이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었으며, 늙은 개과 붉은 꼬미 말똥가리가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태어나던 날 사랑스러운 아기를 중심으로 기꺼이 우주가 되어준 사랑하는 친족들이 있었다. 

아이는 자란다. 까마귀가 탐내는 홍관조의 알과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어미 새의 몸부림을 보며, 굴뚝새가 아기 새에게 물려주는 애벌레들을 바라보는 눈이 옆에 달린 어치의 겅중거림을 보며 그렇게 이 죽음들을 딛고 일어서는 또 다른 세계를 보며.

이는 비단 곤충과 동물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종조부, 조부모, 심지어 부모님들까지 저자라는 태양을 지켜주던 우주들은 하나씩 제 시간에 맞추어 소멸되었고 그와는 반대로 또 다른 태양은 태어나고 저자 또한 어느덧 아이를 보호하는 우주가 되었다.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언젠가 있었던 시골집 툇마루에서 손자인 내게 선풍기를 양보해 주고는 개와 닭과 고양이가 있던 마당을 물끄러미 내다보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 지금은 TV에서나 볼 수 있는 새나 다른 동물들의 탄생과 죽음의 광경들이 어지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작별을 이야기할 때마다' 책의 제목을 계속 곱씹으며 지금 우리게 헤어짐을 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다.

circle of life. 생명의 순환이라는 라이온킹을 지나는 커다란 주제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죽음이 그것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을 딛고 또 다른 생명이 피어나고 그렇게 새로운 세대가 이 땅에 찾아온다는 것. 그것은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거룩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꽤 마음이 쿵쿵거리는 책. 연휴는 이미 많이 지나버렸지만 지금이라도 조용히 이 책을 잡으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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