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링즈의 전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마블 페이즈3의 대단원을 내린다고 말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어벤져스는 아이언맨과, 캡틴, 스파이디가 날아다니는 세계일 것만 같다.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드라마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그리고 영화 "블랙위도우"로 그 세계의 문을 열었다지만 앞선 작품들이 기존의 캐릭터들의 역할을 재구성하고 앞으로 펼쳐진 세계의 떡밥을 던지는 수준이었기에, 새로운 히어로 "샹치"의 등장이야말로 새로운 어벤져스의 구성과 함께 페이즈4의 시작을 제대로 알리는 것만 같았다.
마블 최초의 아시안 히어로의 등장
이미 "어벤져스2: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아시안 히어로(까진 아니고) 헬렌 조가 등장했고, 홍콩과 서울, 도쿄 등 아시아의 다양한 도시들이 등장했지만, 이전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시안이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다면 "샹치"는 대놓고 중국 고대 신화를 가지고 오며 최초의 아시안 히어로의 등장을 알린다. 샹치의 무예는 중국 고대 무술에 바탕을 두고 구성되었으며, 영화의 말미에는 샹치의 조력으로 동양의 최고의 영물인 용이 드디어 마블에 등장한다. 샹치와 샤링의 갑옷이 용의 비늘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향후 용의 비늘 또한 비브라늄 처럼 새로운 물질로 개발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처음 `뮬란`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이랬던가. 디즈니는 디즈니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예의를 갖추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처음 등장하는 아시안 히어로를 환영하는 듯했다.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꾸준히 언급된 비밀조직 "텐 링즈"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대배우 왕조위가 텐링즈의 수장 웬우로 등장한다. 블랙팬서의 와칸다처럼 숨겨진 세계 탈로의 리더로 양자경이 캐스팅되었고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새롭게 등장한 신예 시무 리우와 장멍이 더해져 신구의 가장 멋진 조합을 만들어 낸 마블의 솜씨도 빛을 발한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가족 이야기
새로운 히어로, 매력적인 빌런 그리고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액션과 무리 없는 스토리 라인까지 모든 걸 다 갖춘 영화라지만 언젠가부터 디즈니가 마블과 픽사를 인수하며 가장 아쉬운 게 모든 이야기의 결국이 가족으로 회귀해 버린다는 점이다. "토이스토리"가 그랬고 최근 "블랙위도우"가 그랬으며 이번 영화 "샹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조위가 빌런이라고 뻐꾸기는 그렇게 울었으나, 그도 결국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불쌍한 영혼이었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뉘우치며 아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인 텐 링즈를 넘겨준다. 어미를 잃고 방황하는 아비의 손에서 도망친 남매는 자신의 자리에서 방황하며 또는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지만 결국 다시 모여 가족이 된다. 가족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아름답다..?
드림윅스의 "슈렉"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것은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디즈니의 세계관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착하디착한, 아니 착한 것 말고는 모조리 악이었던 디즈니의 세계관에 질려버렸고 착하지 않아도, 잘생기지 않아도,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슈렉의 이야기에 환호했다. 그 바톤을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스토리` 등이 이어받았고 히어로 세계관으로 무장한 마블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결국 디즈니가 다 가져버린 픽사와 마블은 언젠가부터 결국 `가족이 다시 모여, 혹은 공주와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패턴을 징글징글하게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이미 살짝 지루해지려고 한다.
어쨌거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는 계속된다
쿠키영상에서 어쨌거나 상황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샹치를 웡은 히어로들의 세계로 안내한다.(아마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생텀인 듯) 이곳에서 화상으로 만난 캡틴마블과 배너(헐크) 박사는 샹치의 링을 분석해봤으나 한번도 본적이 없는 물질이라 말하고, 샹치에게 지금부터의 삶은 앞으로와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캡틴마블과 브루스 배너가 모르는 물질이라면 아마도 이제까지는 우주와 지구 어딘가에서도 발견된 적 없는 물질일테고, 이는 지구 이전의 세계를 다룰 '이터널스'의 셀레스티얼들의 물건과도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듯 영화는 향후 공개될 마블 세계관과의 연결고리를 열어둔다. 브루스 배너와 캡틴 마블은은 샹치에게 또 만나자는 말과 함께 각자의 세계로 떠나고 웡은 샹치에게 일단 돌아가서 푹 쉬라고 말한다(그러면서 샹치가 있던 곳으로는 돌려보내 주지는 않는다).
또 뜬금없이 격투내기에 등장한 괴물 어보미네이션(인크레더블헐크의 빌런)이 웡과 왜 친한지도 궁금증을 더한다. 붕괴되는 것 같았던 '텐 링즈'가 샹치의 동생 샤링에 의해 재건되고, 이전에는 '히드라'나 '쉴드'정도였던 비밀조직이 '와칸다 왕국', '텐 링즈', 블랙위도우에서 해방된 위도우들의 집단, 발렌티나가 만들 것 같은 히어로 조직 등 다양화 되고 세분화 되면서 어떻게 마블 페이즈4에서 자리할지, 엔드게임 이후 모든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는 '블립(세상의 반이 사라졌다 돌아온)'이 이 세계관에서 자리할지도 계속 궁금해진다. 어쨌거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계속될 예정이고 아마도 나는 즐겁게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을 것 같다.
TMI. 팔찌처럼 찰랑거리는 텐링즈는 코믹스에서는 반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