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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블랙 위도우"의
시대에 살았었다

<영화 블랙위도우>

by 짱고아빠


마블 영화광이지만 굳이 마블 영화를 글로 옮기진 않았다. 굳이 내가 아니라도 한마디씩 거드는 사람도 많고, 유튜브 보면 또 잘 정리해 놓은 이들도 참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위도우를 위해 펜을 들었다. 이는 스칼렛 요한슨의 팬으로, 블랙위도우로 살아온 그의 지난 10년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다.


너는 누구를 위해 일하지?

<아이언맨2> 에서 처음 등장한 이중 스파이 나타샤 로마노프는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과 달리 초인이 아닌 훈련된 인간이다. 그는 하늘을 날지도 못하며, 어마무시한 힘으로 적을 제압하지도 못한다. 마법을 쓸 수도 없다.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거대해지는 빌런들에게는 더욱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는 다른 멤버들에게 없는 것이 있다. 이해력과 판단력 그리고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력이다.

캡틴이 원칙을 고수하며 어벤져스를 맥빠지게 할 때도, 토니가 실리를 저울질하며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때도 어벤져스의 중심을 잡아준 이는 나타샤겼다. 아무도 제지할 수 없는 헐크를 유일하게 잠재울 수 있는 이도 바로 그였다. 그는 어벤져스에서 유일하게 멤버들을 위로하는 역할이였다.


블랙위도우의 MCU 첫 등장 장면. 고문받는(척하는) 중에 고문하는 이가 묻는다 " 너는 누구를 위해 일하지?" 어벤져스의 지난 10년은 모든 멤버의 성장기이기도 했지만 나타샤에게 어벤져스로의 10년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그녀는 결국 모두를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구하러 자신을 던진다.


속죄 그리고 나아감의 이야기

영화는 <시빌워>와 <인피니티워> 사이. UN이 소코비아 협정에 반대한 캡틴과 블랙위도우를 쫓던 중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과거 "레드룸"의 수장 드레이코프의 딸을 작전 중 죽여야 했던 나타샤는 이때의 트라우마에 평생을 헤어나오지 못한다. 어딜가나 그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에게 미안해 한다. 그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했던 죄책감, 나타샤는 최선을 다하지만 아마 죽을 때 까지 그 죄책감을 떨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나타샤는 결국 "레드룸"을 침몰시키며 자신과 같은 위도우들을 해방시킨다. 하지만 마블코믹스에서 캡틴의 거울 역할이었던 소련의 레드 가디언이 이렇게 황망하게 등장하고(코믹스에서는 나타샤의 남편으로 나옴), (그때그때 다르지만) 마블 세계관에서 꽤 난이도가 높은 빌런인 테스크 마스터가 이 정도 수준에서 소비된 건 사실 좀 실망이었다.


또 영화는 나타샤의 동생 옐레나가 향후 2대 블랙위도우로 활동할 것 같다는 떡밥을 영화 내도록 뿌린다. 엔딩 크레딧을 지나 엔드게임 너머로 이어지는 쿠키 영상에서 에서 US 에이전트를 영입한 발렌티나가 옐레나에게 새로운 집단의 가입을 권하는데 호크아이를 적으로 두는 것으로 보아 어벤져스 2기는 아닌 것 같고, 여튼 영화 여기저기 떡밥이 난무한다.(발렌티나는 여기서 먼저 나와야 하는데 영화개봉이 1년 밀리면서 <팔콘과 윈터솔져>에서 먼저 등장)


안녕 나의 블랙위도우


디즈니 영화 아니랄까 봐, 영화의 결국은 또 가족이다. 영화 말미 나타샤는 '난 가족이 없는 줄 알았는데 둘이나 있었다. 위장 가족 그리고 어벤져스'라 말하며 '그들도 회복될 수 있을까? (찡긋)'하며 <인피니티 워> 의 첫 장면인 캡틴과 팔콘에게 향한다. 사실 좀 오글거리긴 했지만 나타샤는 성장했고, 이렇게 안녕을 고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4, 바야흐로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되었다. 드라마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솔져>, <로키> 로 이어지는 페이지를 즐겁게 열어젖히며 마블의 세계는 더 넓고 웅장해졌다.

토니와 캡틴 그리고 나타샤가 없는 마블이 마블일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그 세계를 기다려보란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블랙위도우.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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