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 박소영 저
사회생활 초기에 선배가 추천해 준 일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선배가 갑자기 야근을 시킬 때 정답은?
‘선배 다음에 밥 사주실 거죠? 찡긋’.
지금 내 앞에 저런 후배가 있으면 당장 가방 싸서 집에 가라고 할 것 같은 시답잖은 대답을 정답이라고 적어놓은 저자나 저걸 글이라고 출판한 출판사나 또 그걸 추천한답시고 내 자리에 올려놓은 선배나. 대체 일이 무엇인가 대한 회의와 나는 과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회의감에 꽤 오랫동안 어려웠었다.
일을 잘하는 것에 대한 어떤 갈증이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일을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물론 지금도 일을 잘한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나 주니어를 지나 시니어가 되며 이제는 어느 정도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신입 때는 실수담만 모아도 책 한 권을 낼 정도로 세상의 모든 사고는 쳐 본 사람이지만, 연차가 더해갈수록 ‘저 XX 예전에는’이란 이야기를 같이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주니어를 벗어나 시니어가 되었다.
그 사고뭉치가 시니어가 되자, 각종 사고의 뎁스와 너비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정확히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는 사고라기보단 경력이 더해지며 직접 일을 했던 이의 경험이다. 15년이 지나고야 알았다. 이 경험을 요약해 내고 새로운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 이를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그렇게 일하세요?라는 주니어들의 질문에 꽤 여러 자리에서 답을 했는데, 이 책이면 사실 그 대답이겠다 싶을 정도로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좋았다.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평가는 대충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1. 알잘딱깔센 : 가장 베스트지만 이는 구성원들끼리의 오랜 호흡이 필수적이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일하는 방법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알잘딱깔센은 불가능하다. 이건 시간과 센스의 영역이자 처음 만난 이들은 무조건 안되는 부분이다.
2. 덤벙이 : 오탈자는 기본이고 심지어 앞뒤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긁어 붙인 경우도 많다. 이들의 실수는 한 번만 사전에 읽어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거의 대부분의 주니어들의 출발점은 여기다. 긴장해서부터 잘 몰라서까지 이들의 핑계는 다양한데 이는 경험에 의한 숙달로 보통은 해결 가능하다. 개인의 부던한 노력에 의해 이 경험치는 빨리 쌓이기도 한다.
3. 쓸데없이 꼼꼼 : 이 꼼꼼이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에 관한 거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경험상 이들은 모든 것에 꼼꼼을 요한다. 업무시간은 늘어지며 보고서의 양도 감당 못하게 늘어나기 일쑤다. 본인은 다 중요하다 하는데, 상대는 왜 이것이 중요하지 않은지 설명하는데 들이는 품이 매우 크다. 이것도 답답한 일인데 최악은 이런 유형일수록 열심에 비해 성과가 작고 이어지는 작은 인정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4. 극단적 효율주의자 : 모든 일에 극단적인 효율을 추구하는데 잘못 비치면 그냥 밉상이다. 오직 결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일에 필요한 애티튜드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들에게 과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란 꼼꼼이들에게 요약을 요구하는 것만큼 힘든 일인데, 주니어 레벨에서 함부로 효율성을 발휘하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자기 객관화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1번이나 1번에 준하는 쪽으로 생각한다. 가끔 실수는 하지만 1등은 아니어도 상위 10% 안의 우수사원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 한다. 그렇기에 승진이나 승급 발표 때마다 많은 이들이 낙심하고 이 모든 평가가 정치로 이루어졌거나 평가자나 기준의 부족함이라며 분노하곤 한다. 대개 이 분노는 혼자만의 울분으로 끝나는데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 평가가 대체로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잘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마다 기준은 조금 다르겠지만 지극히 객관적이며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인정해야 한다. 자 그럼 진짜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은 한 권을 통틀어 이에 대해 설명하는데 이 지면을 통틀어 소개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팁이 쏟아지지만 몇 개만 소개하자면 이렇다.
1. 우리 뇌는 복잡한 걸 싫어한다. 일부로 일을 복잡하게 하는 이도 있는데 이럴 때 남는 거라곤 스케줄과 피곤한 몸뿐이다.
2. 일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궁금해하는 내용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가능한 짧게 한다. 이럴 때 그 사람이 말을 시작하면 모두 귀를 기울인다.
3. 지시할 때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하라. 지시하는 사람이 5분을 더 쓰면 실행하는 사람은 하루 이상의 시간을 절약한다.
4.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면 모른다고 하자.
5. 상대방이 왜 그랬을까? 하며 숨은 의도를 찾지 말고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인간관계가 단순해진다.
6. 불가근 불가원은 직장 생활 만고의 진리다.
구구절절 동의할 수밖에 없는 얘기들이라 마음 한구석이 찡하게 밀려 올라왔다. 진심이다. 누군가가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나?를 물어본다면 두말 않고 이 책을 권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