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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pr 01. 2024

한달살기 장소에선 만날 수 있을까?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 시메노 나기 저

지치고 피곤한 퇴근길, 뭔가 이 길로 집으로 가긴 아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누군가가 간단히 맥주나 커피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 아니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어딘가 꼭 나를 위로해 주는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편의점 앞 작은 테이블, 집 앞의 작은 카페, 그것도 아니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오뎅바.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지친 밤, 잠시나마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문득 심야 식당이 생각나서 잠깐 넷플을 켜고 다시 맥북 앞에 앉았다.)


책은 까만 밤 카페 도도를 찾는 이들과 카페 주인 소로리의 이야기다. 꼭 24년을 살아가는 대표 인물들을 모아놓은 듯한 5명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정성을다하는생활'로 소통하는 SNS 속에서 살아가는 가에,

일에 대한 열정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한 일과 가정에 끼여버린 세라,

어느 날 찾아온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사요코,

매일 상대하는 진상 고객이 두려운 헤어디자이너 아야카,

크리에이티브에 목마른 디자이너 무쓰코.


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카페를 찾는다. 이곳의 주인 소로리 씨는 그런 이들에게 알맞은 음식으로 위로를 권한다. 그가 권하는 자기 긍정력을 높이는 주전자 커피, 마음에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나를 돌보는 마시멜로 구이, 숲의 선물 버섯 타르트, 행복을 가져오는 통사과 구이가 이 땅에 실제 하는 음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꼭 이것들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겠지만 이런 곳을 꼭 한번은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생각해 보면 집으로 가는 길에도 몇 개의 카페가 있다. 책을 읽다가도 시계를 초조하게 째려보는 알바생의 눈치에 마감시간 10분 전에 일어나야 하지만 말이다. 사실 나만 해도 그렇다. 누군가를 함부로 위로하기는 커녕, 가능하면 조언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처음 보는 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글쎄 자리를 박차고 제일 먼저 도망갈 것 같기는 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모르나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을 불편해하는, 묻지 않는 것이 에티켓인 사회를 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며 오늘을 살아간다. 외롭다고 속으로는 목놓아 울지만 겉으로는 화려한 SNS 속에서 갓생을 살아간다. 여기까지 마음이 닿으니 스스로도 조금 초라해졌다. 단지 뒤처지지 않으려, 지지 않으려 아등바등 살아가는. 퇴근길 따뜻한 커피 한 잔,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여유가 없어 종종 걸음으로 다음 스케줄을 좇아 어두운 집으로 향하는 내가 조금은 안쓰러워졌다.


쉬고 싶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편히 있고 싶다.

그래서 담을 쌓았는데 오히려 스마트폰 불빛에 쉬지 못하고, 버려진 느낌에 혼자 상처받고, 그렇게 계속 외로워만 간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우리 마음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소로리씨가 권하는 것처럼 우리 조금은 행복을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도도는 아지만, 마치 도도처럼 어쩌면 우리 옆에 있는 선물과 같은 이들과 함께 누군가는 소로리가 되고, 또 누군가는 5명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은 꺼내놓고 들어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따뜻한 책인데, 괜히 한참이나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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