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고아빠 Aug 05. 2024

세상에 없던 새로운 우주를 만나다

그럼에도 육아 | 정지우 저

세상에는 매일 수백, 수천 아니 수만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 오늘 태어난 아이도 그 수많은 아이 중 하나 일 것이다. 이것이 남의 아이일 경우는 그러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아이일 때는 좀 다르다. 새로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진다. 아기의 작은 숨소리, 젖 달라는 울음소리, 채 눈을 뜨지 못한 채 아등대는 작은 손과 발은 신비하고 경이롭다. 살면서 몇 번은 봤을 풍경이지만 이 풍경은 또 다른 우주다.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거듭난 우리 앞에 펼처질테고 때로는 속상하기도 때로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하기도 할 것이다. 그랬다. 나는 지난 주 새로운 우주를 만났고, 아이도 아내도 잠든 까만 밤, 병실 한 켠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클래식하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이가 누구냐 물을 때 나는 정호승 시인이라고 답한다. 물론 세계로 넓히면 더 멋진 글을 쓰는 이가 왜 없겠냐마는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정호승 시인만큼 마음을 울리는 글을 사용하는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사람. 예전부터 관심 있게 팔로우하고 지켜보는 작가인 정지우 작가의 글 또한 그러하다. 마음을 담아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 듯한 글은 힘이 있다. 그리고 그의 글은 마음을 꽤 깊고 넓은 곳으로 데려간다.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에게 잠시 온 영혼을 고갈시키듯이 사랑하라고 아이가 있는 한 시절을 주는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사랑할 시절을 가지라고, 삶의 가장 깊은 정수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 다. 삶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어렵다고 말이다. 삶의 어려움이 아이와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p.20


아이를 굳이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도 이야기하지만 누구나 이야기하듯 대한민국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온 집안이 달라붙어야 겨우 가능한 최악의 환경이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부모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 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의 희생 또한 어느 정도 요구되고 이것이 거부될 때 또 다른 불화가 야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그것은 세상에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경험이라고 말한다. 온 영혼을 고갈시키듯이 사랑하는 것. 신이 인간을 그토록 사랑했던 것처럼, 삶의 가장 깊은 정수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오라는 것. 그렇다. 모든 가치 있는 것은 어렵다.


자신은 없지만 이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