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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ug 08. 2024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조리원에서는 1시부터 3시까지 아이와 함께 있을 시간을 준다.

처음으로 아이를 받아 안았고,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조심조심 방으로 돌아왔다.


방안의 침대에 자는 아이를 눕히곤 처음으로 꼼꼼하게 뜯어보았다.

이목구비가 큰 건 확실한 것 같고, 엄빠가 다 있는 쌍꺼풀이 이 녀석에겐 왜 없는 것인지

다른 애들은 분유 60g을 먹는다는데

처음 보는 이모님들에게 안겨 80g을 대차게 먹고는 트림 끄윽 하고는 더 달라고 운다는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괜스레 아이 볼을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몇 가닥 없는 머리카락을 예쁘게 쓰다듬었다.

손수건으로 베개를 만들어 주려 했는데 왠지 거부하는 느낌이라 그건 하다 말았다.


그렇게 뜯어보기도 1-20분 더 볼 것도 없는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새근거리는 아이의 숨소리에 맞춰서 그만 우리도 잠이 들어버렸다.


고작 10분.

둘에서 셋이 된 평화로운 시간.


여기는 남의 집이지만 머잖아 우리 집에서 고양이도 함께 딩굴거리겠지.

아이는 끝끝내 깨지 않고 두 시간 동안 가만히 잤다.

자면서도 뭘 먹고 있는지 하염없이 양볼 가득 무언가를 쩝쩝대다가 한 번씩 웃어주기도 했다.


자꾸 아빠가 된 기분이 어떻냐고 묻는데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아기구나. 갓난 아기구나.

많이 먹고 트림 잘하고 많이 싸는구나.

하긴 지금 기분이 뭐가 중요할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중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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