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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책방

그렇게 다정한 아버지가 된다

아빠 반성문 | 조영진 저

by 짱고아빠

"마음이 아니라 몸이 함께여야 진짜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나는 서울에서 일하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주말에야 겨우 아들을 만난다. 평일에는 사진으로, 영상으로 아이를 본다. 화면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 변화의 순간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를 떠올렸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였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병원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여섯 살이 된 아들이 사실은 자신의 친자가 아니었다는 것.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사실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료타는 고민한다. 피가 중요할까, 함께한 시간이 중요할까.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내 아들은 분명 내 아이지만, 나는 아이와 얼마나 함께하고 있을까? 나는 좋은 아빠인가? 아니, 나는 아빠이긴 한 걸까?


"아빠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책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주말에 겨우 마주하는 아이는 나를 향해 방긋 웃지만, 그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다 알지 못한다. 한 주를 보내고 다시 만난 아이는 또 조금 자라 있다. 몸이 조금 더 커졌고, 표정이 달라졌고, 이제는 옹알이를 더 많이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없었다.


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신문을 읽고 TV를 보던 모습. 나는 그 옆에 앉아 있었지만, 아버지는 나와 함께하지 않았다. 그게 그 시절 ‘아버지’였을지 몰라도, 나는 그게 싫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나은 아빠일까?


책은 묻는다. 정말로 함께하고 있는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훈육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주말에야 아이와 만난다. 짧은 시간, 함께 있는 동안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료타가 고민하던 것처럼, 나는 아빠가 되는 중일까, 아니면 이미 아빠일까.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는 평일 밤, 나는 다시 책장을 넘긴다. 아빠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되었든, 나는 더 애틋하게, 더 많이 아이를 안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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