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 김효은 저
어릴 적 나는 음식을 나누는 법을 잘 몰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눌 여유가 없었다. 형제자매가 많은 집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간식은 늘 부족했다. 내 앞에 놓인 과자를 보며 “지금 먹지 않으면 뺏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종종 동생과 냉장고에 남은 치킨을 두고 티격태격 다투기도 했다. 결국 남을까 봐, 빼앗길까 봐, 억지로라도 다 먹어버리고 체해서 골골대는 일이 많았다.
그랬던 내가 언젠가부터는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맛있는 걸 보면 아내가 생각나고 아직 코딱지만 한 아이가 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 보기도 한다. 이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생기고, '함께' 먹는 일, 좋은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 익숙해지면서 마음도 달라진 것 같다.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은 바로 그 ‘함께’의 감정을 다정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책이다. 다섯 명의 형제자매가 등장하는 이 그림책은, 어떤 것을 두고 나누는 일에 관한 아이들의 아주 사소한,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된다. 만약 나 혼자라면 나누어야 할 일도 없을 텐데. 나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텐데. 무엇을 나누게 될 때 고민이 생긴다. 누가 먼저 한 입을 먹을까? 누가 칼질을 맡을까? 누가 제일 큰 조각을 가져갈까?
갈등은 곧 소동이 되지만, 소동은 결국 웃음으로 이어진다. 언니가 다친 날, 가족들에게 케이크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누구도 배고프지 않게,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아이들은 케이크를 나눈다. 이 단순한 결말이 따뜻한 건, ‘가족’과 ‘나눔’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들이미는 대신, 이 작고 사랑스러움으로 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그림들이 참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옷과 머리 모양, 눈빛과 움직임까지도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내가 그 집 거실 구석에 앉아 다섯 남매의 티격태격을 구경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림 하나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 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몇 번이 읽어주고 싶은 그런 정성 어린 그림책이다.
요즘은 자녀를 하나만 낳는 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장난감을 나눠보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와 다퉈볼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 뭐 일견 좋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세태가 요즘의 이기심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은 조용히 말해준다. “나누는 일이 꼭 손해는 아니야.” “조금 덜 가져도, 마음은 더 풍성해질 수 있어.”
이 책은 아이를 위한 동화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꽤나 따뜻하고 괜찮다. 어릴 적 나의 모습도 떠오르고, 지금의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도 잠시 상상하게 된다. 결국 한 조각의 케이크는 그저 디저트가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하고, 기다리고, 함께 웃는 시간의 시작이 되는 것 같다.
책장을 덮고 나서 문득, 카페에서 본 딸기 케이크가 떠올랐다. 이번 주에 집에 갈 때 그 케이크를 사 가야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어야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은 별스럽지 않다. 그게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