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플레이북 | 샘 올트
유튜브나 해야지, 카페나 해볼까, 내 사업하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농담처럼 이 이야기를 했다.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이 이야기는 커피를 마시며, 술자리에서, 때로는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 돌아오는 길에 고장 난 녹음기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이게 진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용기가 없어서라기보다는 너무 막막해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서다.
『스타트업 플레이북』은 행여나 이를 실행에 옮길 이들의 그 막막함을 한 겹 벗겨낸다. 이 책은 단순한 조언서가 아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앞에 너무 많은 신화와 환상이 쌓여있기에 오히려 더 시작을 망설이는 이에게 쓴 글이다. 챗 GPT를 만든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은 이 얇은 책에 그렇게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한 글을 썼다. 제목과 목차만 읽어도 내용이 짐작될 정도의 얇은 책. 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우리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고 있으니까.
그가 말하는 스타트업의 목표는 단순하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일". 듣자마자 납득이 된다. 내가 쓰고 싶어지는 서비스. 내가 돈 주고 사고 싶은 상품. 나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그 무엇. 그걸 만드는 일이 결국 사업의 출발이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콘텐츠를 설정하고 소수라도 초기 사용자를 확보할 것을 그는 신신 당부한다. 모든 사용자의 반응을 애매하게 만드는 제품보다는, 소수라도 열렬히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라고 한다. 그 소수가 곧 브랜드의 씨앗이 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된다고.
그리고 경고한다. "스타트업의 묘지는 이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이 좋은 건, 그다음 이야기들도 꽤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마케팅과 영업을 나쁜 말로 여기지 말고, 성장 그 자체에 집중하라고 한다. 초기 경쟁자는 거의 무시하고,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수익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수익은 결국 따라온다고. 사업에 필요한 투자 자금 또한 필요한 때에 받으라고 조언한다. 초기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마인드 세팅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이면 시작은 된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 콘텐츠를 팔고 싶다는 나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쉽지 않고 거의 포기 상태인데 이 책을 읽으며 뭔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서만 늘 작아졌던 나지만 이 책은 조금씩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줬다. 물론 당장 무엇을 하겠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어떤 마음으로 걸어가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건 그걸 사랑해 줄 사용자가 있고, 그것을 끝까지 해낼 사람, 즉 나 자신이라는 걸 믿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 최대한 객관적인 외부의 시선으로 내 콘텐츠를 바라볼 것. 그 말이 자꾸 머리에 남는다. 어쨌든 짱고책방을 다시 시작했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