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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책방

남프랑스 감성 여행 책으로 다녀옴

프로방스에서는 멈춰도 괜찮아 | 김범 저

by 짱고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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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가 보다. 서점에서 부쩍 여행책 앞에 서는 일이 많아졌고 그렇게 책으로 나는 자꾸 도망갔다. 행선지도 정하지 않은 여행을 마치 책이 나를 데려가 줄 것처럼 여러 도시의 이름이 적힌 책들 사이에 한참을 그 자리에서 머문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책을 펼치면 페이지마다 사진이 말을 건다. 파란 하늘과 청록빛 바다 햇살에 반사된 노란 건물들. 분명 그림책 속에서 본 것 같은 풍경인데, 여기는 진짜다. 니스, 망통, 모나코. 이름만으로 설레는 남프랑스의 도시들이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프로방스라는 이름으로 차례로 나온다. 봄의 샤갈과 여름의 고흐, 가을의 피카소와 까뮈의 겨울이 숨 쉬는 그곳.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의 마음도 가볍게 떠오른다.


우리는 세상을 패턴으로 바라본다.

다른 사람이 만든 패턴으로.

우리는 세상을 프레임으로 바라본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프레임으로.

내가 그린 패턴과 내가 찾은 프레임이 내가 살아가리 '진정한 인생'이다.

난 그런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책에 나오는 이 문장은 여행이 왜 필요한지 지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단숨에 알게 만든다. 퍽퍽할 정도로 여유 없는 삶. 그 삶을 지나다 보니 다른 이가 짜놓은 삶의 리듬과 방향 안에서 내가 가고 멈추어야 할 타이밍조차 잃고 살아가던 날들. 그곳에서 잠시 멈출 수 있다면 그렇게 내 삶을 다시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르세유, 노트르담 대성당. 한 겨울의 따뜻한 뱅쇼와 레몬 나무. 낯설지만 익숙하고, 익숙하지만 꼭 한번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풍경들. 글도 좋지만 사진은 진짜 어마어마했다. 어떤 페이지에 머물 때는 정말 그곳을 다녀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바다가 펼쳐진 언덕, 골목을 휘도는 햇빛, 창틀에 기대 쉬는 고양이. 나는 가보지 못한 풍경인데도 이상하게 그리워졌다.


생각해 보면 여행이란 그저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내 일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멈추는 순간이 필요하다. ‘잘 살아야지’보다 ‘잘 멈춰야지’라고 다짐하게 되는 요즘. 이 책은 그런 마음에 작은 쉼표처럼 놓인다.


어쩌면 여행은 시작하기 전 가장 반짝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렇게 마음속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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