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김수정 저
쉽게 쓰인 글, 독자에 대한 예의
개인적으로 글이란 읽기 쉬워야 한다고 믿는다. 본인이 알게 된 인사이트를 극적으로 설명하며 의도적으로 어렵게 쓰는 이들도 왕왕 있는데 읽다가 `뭔소리야`가 절로 나오며 짜증이 속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오는 글은 그렇게 좋은 글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이까지 설명했는데 이해가 돼?`라고 말끝마다 물으며 한 쳅터씩 이어가는 글도 있는데 이건 정말이지 최악이다. 요즘은 이런 책을 잡으면 요즘은 끝까지 읽지도 않는다. 문자 쓰던 시절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요즘은 쉽게 쓴다는 건 독자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이 작가님 매우 아주 친절한 분이다. 오랜만에 두 시간이 즐거웠다.
책은 재밌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재미있다. 작가님의 하루하루를 모아 놓은, 이제 막 결혼한 지 일 년을 넘긴 듯한 알콩한 신혼일기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1인으로 사실 어떤 에피소드는 손 번쩍 들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어찌 되었거나 재밌다.
결혼의 이유
누군가와 결혼을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이라는 걸 하고 나서 종종 이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누구처럼 `결혼해서 좋기만 하다.`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분명한 장단이 존재하는데, 때론 장점이 단점이 압도하기도, 또 어떤 때는 단점에 짓눌려 다 팽개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돌이켜보면 `결혼하니 좋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에게 물어보면 압도적인 대답이 `안정감`이다. 글쎄. 결혼하면 어디서 갑자기 없던 안정감이 생기는 건지 나는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모르겠다. 더는 다른 이성과의 로멘스를 꿈꾸지 않아도 되는 것? 매일 밥해주는 사람이 생기는 안정감? 깜깜한 집에 혼자 있지 않아도 되는 뭐 그런 거? 그런 게 안정감이라면 20년 자취생활 동안 대부분의 감정은 자연스레 해결하기도 했고 사실 저런 안정감 따위 갖고 싶지 않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정감을 노래 부르는 이들도 몇 년 뒤 `결혼하니 좋아?`라고 물어보면 깊은 한숨과 함께 `밥이나 먹자`라고 말한다는 점이다. (주로 삼겹살에 소주 진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결혼해서 좋다`라고 말하는 이가 반드시 `그렇다` 고 대답해야만 하는 종교 직군을 제외하고 몇 명이나 있는지 찾아보자. 영국 사람들은 이런 조사는 안 하고 뭐 하나 몰라.
결혼 : 나를 알아가는 과정
누군가는 사랑에 대해, 결혼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배워가는 일이라고 멋지게 말한다. 하지만 진짜로 연애 과정에서 지독하게 나를 보이기 위해 싸워본 사람은 안다. 그냥 덮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어, 이해받고 싶어 치열하게 싸워본 이는 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그렇게 쉬운 말이 아니다. 또 누구는 이걸 `희생`으로 포장하며 참고 사는 거라고 말한다. 왜 사랑하는데 희생해야 하나. 행복하자고 하는 결혼이 왜 늘 희생과 포기로 점철되어야 하는가.
작가님은 꽤 많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서야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한다. 상대의 어떰이 아니라 나와 다른 누군가를 힘들어하는 나를 감당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나를 알고 나니 감당하는 일이 조금은 쉬워졌고, 나를 감당하는 게 가벼워지고 나니 우리라는 트랙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고 말한다.
그렇게 또 내 결혼을 돌아본다. 아마도 평생이 돌아봄의 연속일 것 같다. 작가님은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다는데 나는 왜 결혼했을까.
아! 그리고 치약 짜는 걸로 싸우지 않는다. 그동안 쌓인 응어리가 치약 때문에 폭발하는 거지.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 김수정 저 / 마인드빌딩 출판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