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만나야 할 것들은
결국 만나게 된다는 믿음

<도쿄 기담집> 무리카미 하루키 저

by 짱고아빠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편이다. 같은 이유로 '기담'이라고 불리는 이야기에도 사실 큰 관심은 없다. 우연찮게 하루키의 기담집을 읽기 전까지는.


책은 서핑 중 상어의 습격을 받고 익사한 아들의 기일이 되면 아들이 죽은 마을을 찾아가는 어머니 이야기, 24층과 26층 어딘가에서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매일 오전 11시경에 24층과 26을 오르내리는 아내의 이야기, 이름을 훔치는 원숭이에게 이름을 잃어버린 여자들의 이야기 등 혹 어딘가에 있을 법한, 당장 오늘 저녁 내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5개의 신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이 다섯 개의 이야기는 모두 상실에 관해 말한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잃은 것을 찾아 나선다. 잃은 것은 각자 다르지만 모두는 그들이 잃은 것을 되찾으려 맞서고 어느 순간에 비로소 상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이는 '모두 잘 될 거야'나 '살 사람은 살아야지' 같은 자조 섞인 강제적 수용이 아니다. 살다 보면 잃을 수밖에 없는, 잃어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마음을 다해 붙잡고 싶지만 시간이 앗아 가는 것들.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나야만 하는 이 상실을 일어나야 하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하루키는 말한다. 윤리나 도덕, 옳고 그름을 너머 모든 것은 나름의 필연성을 지닌다는 하루키식 리얼리즘. 난 이런 하루키의 삶의 태도를 사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루키의 소설은 대답할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했을 때 안달복달하지 않는 법을 알게 된다"라고 작가 히라카와 가쓰미는 대답한다. 지금도 내 마음에는 어떤 욕망이 가득하다.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보배고 싶지 않아 하는 욕망이다. 하루키는 답한다. 만나야 할 것들은 결국 돌고 돌아 어느 자리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고. 반대로 지금 내 곁에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언젠가 그때가 되면 스쳐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그 마음 잠시 접어두라고.


이 삶의 신비를 하루키는 기담,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라 칭한다.


"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택하라" 그녀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p.31)"



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저, 비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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