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에 하나 뿐인 내 고양이를 찾아서
고양이를 분양받기로 결정하기로 한 날부터 나는 바빠졌다. 내 주위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아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고양이를 이야기할라치면 일단 '도둑고양이'를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중생들 사이에서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양이 카페와 인터넷을 바탕으로 확인한 고양이를 입양하는 방법은 대략 네 가지였다. 첫째, 샵에서 돈을 주고 분양받는다. 둘째, 가정 분양하는 집을 찾아 분양받는다. 셋째, 유기묘 센터 같은 데를 찾아가 유기묘를 분양받는다. 넷째, 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길 한가운데서 간택되기를 기다린다.
일단 고양이 간택설은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패스. 샵 분양은 또 들은 게 있어서 공장식 사육을 반대한다며 패스, 남은 방법은 가정 분양과 유기묘 입양이었다. 가정 분양을 위해 유명한 카페, 커뮤니티 들을 한 달 정도 잠복하면서 기다렸고, 유기묘 정보도 곧 잘 챙겨보았다. 그중에 몇몇 고양이들과 연이 닿았으나 번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가정 분양이라고 하지만 샵에서 받는 만큼의 비용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고, 면접 보듯이 내 신상을 하나하나 캐묻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묘연이 아닌가 보다 했는데 곧 그 이유를 알아버렸다.
동물 기르기 초보단계인, 마치 산적 형상의 30대 남자가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이야기가 애묘인들 사이에서 그다지 미더워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내 이야기에 '니가?'라는 표정으로 비웃던 동기 여자애가 생각났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렇게 막힐 경우 가장 쉬운 방법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나 같은 초보자(그것도 30대 남자)에게 가정 분양과 유기묘 분양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냥 샵 분양을 받기로 하고 동성로와 봉덕동 근처에 줄 서 있는 고양이 샵의 이름 하나하나 찾아보며 혹 이 가게가 내가 거르려고 했던 사육의 형태를 띠고 있는지, 병든 고양이를 속여서 분양하는 곳은 아닌지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났다.
믿을만해 보이는 몇 개의 샵을 선정하고는 본격적으로 내 고양이 찾기에 나섰다. 유리 너머 진열된 아기 고양이들은 세상 예뻤지만 또 안쓰러웠다. 뱅갈, 아메리칸 숏헤어, 브리티시 숏헤어, 스코티시폴드, 샴 등 세상에는 수많은 고양이의 종이 있었다. 하얗고 비싸 보이는 고양이와 길고양이, 세상엔 두 종류의 고양이만 있는 줄 알았던 고양이의 세계는 또다시 넓어졌고 어떤 고양이가 비싸게 분양되는지 또 어떤 아이가 나중에 잔병이 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와 함께 살아갈 고양이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열심히 꼬물꼬물 기어 다니던 아이들과 달리 이 녀석은 유리장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생후 3개월, 여전히 작았지만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커 보였다. 전체적으로 브라운에 검은 줄무늬가 둘러싸고 있었고 배부분은 뽀앴다. 가만히 녀석에게 다가가 손을 대보았다. 녀석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 너머 유리 반대편에 자그마한 제 손을 맞대 주었다. 직원이 브리티시와 스코티시 사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일러주었고 또 어떤 설명을 더 했던 것 같은데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사실 이 녀석이 외계에서 왔든 바닷속에서 왔든 큰 상관이 없었다. 내 고양이다!
그렇게 이 녀석은 내 가족이 되었다.
* 고양이 분양 시 TMI 몇 가지
1. 보통 고양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젖을 먹으며 1-3개월 정도 자라야 한다고 한다. 이때 사냥하는 법, 화장실 가리는 법 등을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어미에게 배우게 되는데, 이 시기를 잘 거친 고양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한다.(반대로 이 시기를 거치지 못한 고양이들이 약하게 자란다.)
2. 꾹꾹이와 쫍쫍이라고 불리는 고양이 애교의 필살기는 이때 엄마젖을 먹던 행동이 고착화되어 성묘가 되어서도 가장 편하고 좋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3. 따라서 고양이를 분양받을 때 막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반드시 3개월 정도 된 아이를 분양받으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