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죽어도 침대에서는 못 자겠다는 아들과 하루 종일 씨름하다
결국 유모차를 밀고 길을 나섰다.
비가 주룩주룩 오지마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이는 역시나 유모차가 출발하자마자 잠들었다.
우산이 짧아 다리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도 뭐 개의치 않고 코까지 곤다.
빗방울이 거세져서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카페로 피신했다.
들어설 때만 해도 손님하나 없던 카페는 이상하게 사람들로 가득 찼다.
(왜!!!!!!!!!!)
어머 애기가 자네!
(아니 자는 거 알면 말소리 좀 낮춰주던가!!!!)
올라오는 짜증을 꾹꾹 눌러 삼키며 최근 늘어난 짜증에 대해 생각했다.
아이는 살 맞대고 있는 부모의 감정을 알아챌 수 있다는데
그런 은우에게 미안할 정도로 욱이 많아진 요즘이다.
지난주부터 낮잠을 안 자겠다고 선언해 버린 듯한 아이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든 말든 난 모르겠다고 방에 던져놓고도
울다 목이 쉬어버린 아이를 보는 아빠 마음은 쉽지 않다.
안 됐다가 부글부글하다 스르르 주저앉기를 수차례,
이 빗속을 뚫고 유모차를 밀고 나온 건 결국 아이보다 나를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밤마다 힘들게 이유식을 만드냐는 물음에
아내는 내 인생에 한 번쯤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대답했다.
나도 아마 비슷한 마음으로 남은 25년을 보내자고 했던 것 같은데
이렇게 마음처럼 되지 않을 일이라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2025년의 여름.
올해 참 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