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디지털보다 가까운 리듬으로
요즘은 대부분의 기관이 SNS를 운영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는 일상을 유튜브에는 프로그램 영상을 카드뉴스에는 후원 요청을 올리죠. 처음엔 낯설었던 이 디지털 채널들이 이제는 기관의 얼굴이 되었고 때로는 존재감을 증명하는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다른 일도 바쁜데 왜 이걸 하고 계세요?”라고 여쭈면 많은 분이 홍보와 소통을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소통이 누구와의 소통인지는 잘 묻지 않아요.
SNS를 새로운 홍보 전략이라고 생각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 대상 건강 프로그램을 안내하면서 인스타그램에 포스터를 올리는 일이 그렇죠. 물론 SNS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정보가 정말 닿아야 할 사람에게 닿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거예요. 저는 아직도 복지관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이 디지털이 아닌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 동네 약국 앞, 복지관 식당 입구입니다.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리듬으로 마주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도달의 방식이니까요.
세상은 분명 달라졌고 전단지를 붙이는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관의 어르신들에게는 전화 한 통, 문 앞에 놓인 안내문 한 장이 디지털 홍보보다 훨씬 직관적일 겁니다. 이 소통에서 중요한 건 내가 편한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편한 방식이에요. 아무리 예쁘게 만든 포스터라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콘텐츠를 만들기 전에 꼭 한 번은 물어야 해요. “이 정보를 누가 보게 될까?”, “그 사람은 어디서 이 정보를 보게 될까?”
좋은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서 반응이 바로 오는 것도 아니죠. 프로그램 참여율이 낮거나 카드뉴스가 그냥 스쳐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폰트나 색상, 알고리즘을 탓하기보다 그 정보가 정말 그 사람의 리듬 안에 들어갔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복지관에서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요즘 어르신들은 이런 데 관심이 없나 봐요” 하고 단정짓기보다 혹시 그 시간대에 어르신들이 많이 가는 다른 곳은 없는지(예를 들면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노래교실), 포스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안 보이지는 않았는지, 지난번 강의가 너무 어려워서 참여자들이 흥미를 잃은 건 아닌지를 점검해야 해요. 이유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관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연혁이나 관장님 인사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방문한 사람은 그런 정보를 보러 온 게 아니에요. 자원봉사나 후원, 프로그램 참여 안내를 기대하고 들어온 사람은 클릭 몇 번 만에 길을 잃고 브라우저를 닫아버립니다. “이 버튼을 누른 사람은 다음에 어떤 버튼을 누르고 싶을까?”라는 시선으로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동선은 우리의 논리가 아니라 그것을 찾아오는 사람의 리듬 위에 만들어져야 해요.
후원자와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많은 기관이 정기 소식지를 보내고 연말엔 손편지를 전하지만 오픈율은 점점 떨어집니다. 하지만 그걸 단순히 무관심으로 단정하면 안 돼요. 어떤 후원자는 출금 알림 문자에서 연결을 느끼고, 어떤 분은 편지보다 해피콜에서 감동받고, 또 다른 분은 결과보고서의 숫자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주고받는가예요.
사실 이건 전략이라기보다 관찰에 가까운 일입니다. 상대의 하루를 상상해보는 일, 그 사람의 리듬 속에서 언제 말 걸면 좋을지를 가늠하는 일. 그 감각이 쌓이면 비로소 진짜 소통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이 리듬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로 마음이 움직이는 타이밍에 말을 거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소통의 디자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