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일, 익숙해져야 하는 다섯 가지 루틴
여러분은 출근 첫날을 기억하시나요?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누구보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전화벨이 울리면 세 번 울리기 전에 먼저 받고, 커피 한 잔도 함부로 따라 마시기 어려웠던 그날.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 낯선 언어 사이에서 하루를 버텨낸 당신은 아마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누워 버렸을 거예요.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못견딜 것 같던 낯설음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익숙해져요. 어느 순간 회의실 예약도 막힘없이 하고 복사기 고장도 혼자 해결하고 점심 메뉴를 먼저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이에요. 주어진 업무라고도 하고 내가 왜 여기 있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아요. 회의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보고서 제목을 정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리고 방금 다녀온 회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나와 함께 입사한 누군가는 이 일들을 모두 척척 해내고 있는 것 같죠. 그럴때 이 말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일잘러’는 처음부터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거요. 물론 일에 최적화 된 사람들이 가끔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와 다른 사람들은 제쳐두고요.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을 잘하기 위한 삶의 루틴을 만드는 다섯 가지 도구를 소개하려 합니다.
첫 번째는 다이어리입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를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죠. 아침에 누구를 만났고, 어떤 회의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그때그때 적어두는 거예요. 기억을 믿지말고 작은 것도 꼭 적어야 해요. 특히 신입 시절엔 긴장한 나머지 기억의 오류가 더 많거든요. 그렇게 적어놓은 작은 메모 한 줄이 다음 일의 단서가 되기도 해요.
다이어리는 꼼꼼함의 시작이자 흐름을 붙잡는 힘입니다. 기록하는 사람만이 흐름을 되짚을 수 있고 흐름을 되짚는 사람만이 일의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시간 관리입니다. 하루를 쪼개어 계획해보는 습관이에요. 캘린더에 오전 10시까지 보고서, 11시부터는 전화 업무, 오후 3시엔 회의 정리. 이렇게 30분, 1시간 단위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면 하루가 한눈에 들어와요. 사회복지 업무는 갑작스럽게 던져지는 일이 많죠. 이럴때 급한 업무를 쳐내느라 정작 오늘 내가 해야할 일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시간단위로 나의 하루를 쪼개어 놓으면 당황하지 않고 우선순위를 파악해서 다른 업무에 조인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혹은 얼마간의 시간만을 투자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어요. 미뤄도 되는 일과 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일의 판단이 쉬워지고요. 이런 계획 없이는 외부의 요청에 끌려다니다 끝나는 하루가 되기 쉬워요. 시간을 쪼개 자신의 스케줄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결국 하루의 주도권을 갖는 사람이 됩니다.
세 번째는 회의록 작성이에요. 보통 막내들이 담당하는 회의록 작성을 아직까지도 저는 하고 있습니다. 회의록을 쓰게 되면 회의에 그냥 참여할 수 없어요. 누가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어조였고 그 말이 나온 맥락이 무엇이었는지를 듣고 정리하죠. 그리고 어느 순간 팀장의 한숨에 담긴 의미, 동료의 망설임 뒤에 숨어 있는 고민까지 읽어 낼 수 있게 됩니다. 이 기록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사람들이 “이거 지난번에 어떻게 결정했지?” 하고 당신을 바라보게 돼요. 이때부터 일은 당신의 기록에 의해 움직이게 됩니다. 이때부터 회의록을 기록한다는 건 단순히 팩트를 정리하는게 아니예요.
대화를 정리하고 흐름을 복기하는 기술임과 이렇게 동시에 일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는 방식이죠.
네 번째는 질문하기입니다. 특히나 신입직원들에게 중요한 기술입니다. 어떤 문서나 보고서를 쓸 때 혹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사실 이제 갓 들어온 신입직원이 결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이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 하는 것보다 단계단계마다 꼭 직상위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일을 진행하면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지만 “이런 식의 표현이 괜찮을까요?”, “이렇게 정리해보려 하는데 어떤가요?” 묻는 순간 일의 책임은 나누어지고 이 일과 관심을 가지는 이는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팀이 되게 됩니다. 이는 비단 신입직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닙니다. 프로젝트 매니저일지라도 “이렇게 진행하려고 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때요?”라고 물음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프로젝트를 볼 수 있을 뿐더러 모두가 이해하는 프로젝트로 변하죠. 다음 프로세스도 훨씬 수월해질 뿐더러 정리도 명확해 집니다. 이렇듯 질문을 통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부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지막은 타이밍입니다. 일은 빠르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어떤 말은 지금 하면 빛나고 어떤 일은 지금 하면 방해가 돼요. 타이밍이란 필요한 때와 그렇지 않은 때의 그 미묘한 간극을 아는 능력이에요. 조직의 리듬을 듣고 사람의 속도를 읽고 그에 맞게 조율하는 감각이죠. 이 감각은 타고 난다는 사람도 있고 길러진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후자를 지지하는 편입니다. 가장 좋은 타이밍에 행동하세요. 같은 행동일지라도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겁니다.
정리하자면, 일잘러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도구는 이렇습니다.
다이어리는 기억을 대신해 흐름을 붙잡는 도구이고,
시간 관리는 하루의 주도권을 갖는 연습이며,
회의록은 대화를 정리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방식이고,
질문을 통해 함께하는는 일의 흐름을 만들 수 있고.
타이밍은 사람과 조직의 리듬을 읽고 조율할 수 있어요.
다시 강조하지만 이 도구들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기록하고 복기하고 흐름을 붙잡는 그 습관. 그게 쌓이면 어느 날 당신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