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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Nov 19. 2021

고양이를 두고 떠나다

#8. 집사가 여행하기 전에 준비할 것

고양이 이전 내 인생의 큰 즐거움이 하나 있었는데 다름 아닌 여행이다.  떠나는 걸 좋아했고, 시간만 되면 떠났다. 그런 일상에 매일 먹이를 줘야 하고 화장실을 갈아줘야 할 고양이는 꽤 큰 고민거리였다. 그것도 퇴근하면 배 뒤집고 만족할 때까지 만져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개냥이라니 더더욱.


처음엔 그 해 여름휴가를 포기할까 했다. 아무래도 이 아련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아깽이를 두고 어디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렇게 7월 말이 되었다. 다들 떠나는 시간. 고양이는 10~15년 오래 살면 20년 가까이 산다고 하던데 20년의 시간 동안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애기도 떼어놓을 때 즈음은 독해져야 한단다. 나는 독해지기로 했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포식을 즐겨하지 않는다. 사료를 쌓아놓으면 저 먹을 만큼만 먹고 둔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맛동산과 감자를 묻어두고 다음에는 그 옆 자리에 볼일을 본다. 화장실이 충분히 넓다면 며칠 정도는 그냥 둬도 괜찮다. 그렇다지만 3일 이상 고양이를 혼자 두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이럴 때 혼자 사는 집사들은 주로 세 가지 방법을 쓴다.


1. 믿을만한 이에게 열쇠를 주고 하루 한 번씩 집에 와달라고 부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본인이 익숙한 집 밖으로 나가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 물론 낯선 닝겐이 집에 얼쩡대는 것도 그다지 반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본묘가 옮겨지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그리고 물과 화장실은 아무래도 매일 갈아주는 것이 제일 좋다. 특히 물은 고인 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안 먹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퐁퐁 식수대를 사는 걸 추천한다.


2. 탁묘를 맡긴다.


우리 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면 탁묘도 방법이다. 다만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반드시!! 있는 이에게 맡길 것을 추천한다. '휴가기간 동안 자기 집에서 내 고양이 봐줄 사람 손?!' 하면 젊은 친구들이 우루루 손을 들 텐데, 이런 친구들에게 고양이를 맡기는 건 가능하면 지양하는 편이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처음 보는 장소, 처음 보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식음을 전폐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처음 고양이를 돌보는 이라면 초보 집사가 하게 되는 수많은 실수(집 밖에 데려간다던지, 문을 열어놓는다던지, 방묘 망이 없다던지 하는 등등)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저지르는 이러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상상만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건 아무래도 힘들다.

그리고 반드시 탁묘님께 탁묘 비용을 지불할 것을 권한다.



3. 고양이 호텔 / 동물병원에 맡긴다.


서울은 호텔이 따로 있는 곳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 호텔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안전은 확실하나(응급상황에도 대체 가능) 이 경우 비용이 세다. 그리고 말이 호텔이지 예쁜 유리상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좀 미안하기도 하다.


고양이를 처음 만난 첫해는 휴가  탁묘를 맡겼다. 고양이가  있는 집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탁묘 님이 '짱고이모' 되어 주셔서 초보 집사였 나를 붙들고 이거 저거 알려주시고, 짱고도   고양이들과 너무너무  지내고 돌아왔다. 아깽이 때라 까불다 형들한테 얻어터지기도 했다던데, 뭔가 늠름해져서 귀가하는 느낌도 있었다. (고양이는 합사가 어려운 동물이라 이미 고양이가 있는 집은 함께 지내기 힘든데, 아깽이의 경우는 성묘들이 받아줄 확률이 높다)

같은 집에 탁묘를 두 번 맡겼는데 두 번째는 그 집 빨래건조대에 올라탔다 부숴 버려서, 새 걸 들고 가기도 했다. 짱고 2살 때는 범백을 앓아버리기도 했고, 다 커버렸기 때문에 이후에는 탁묘는 맡기질 못했다. 이때부터는 주로 우리 집 열쇠를 친구, 형제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나서 우리 집으로 달려왔고, 한참을 라면 끓여먹고 고양이와 함께 놀다 갔다.


짱고는 놀랍게도 오는 이들마다 배를 깔고 드러누워 반가움을 표현했는데, 이렇게 쉬운 고양이일 거라고는 나 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다.

집사왔냐…

TMI.

고양이는 독립심이 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속성 때문에 외로움을  타지 않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여론도 많다. 고양이도 개처럼 외로움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에도 걸릴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선 고양이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고양이가 우울증에 걸리는  팩트다. 하지만 고양이가 스트레스받고 우울증에 걸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서라기 보다 외부의 위험이나 스트레스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다른 고양이를 데려온다던지, 모래나 사료가 바뀌었을  우울증이 오고 지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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