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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가 로마로 간 까닭은?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5

by 짱고아빠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5, 다시 시작되는 익숙한 패턴


*스포주의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5는 로마에서 시작한다.

파리가 아닌 도시, 새로운 언어와 문화, 다른 공기. 겉으로 보기엔 분명 변화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갱신하려 애쓰는지도 보인다.

하지만 몇 화만 지나도 깨닫게 된다. 배경은 바뀌었지만, 에밀리도 스토리도 대체 이놈의 시리즈는 달라지는 게 없다.


에밀리 로마에 가다. 대 놓고 타이틀이 바뀐다.

사실 로마는 파리보다 넓고 느리며, 역사도 깊다. 보여줄게 꽤나 많을 수 있는 시즌임에도

에밀리와 주변 인물들의 연애와 감정의 표면만 빙빙 돈다.

지겹다. 웬만하면 이 얘기 안 하는데 했다. 보다 말고 야 이건 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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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새가 되어버린 에밀리, 반복되는 연애 서사의 피로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피로감이다.

특히 연애 서사에서 그렇다. 이미 남미새에 대한 비판은 여러 시즌 전에 등장했지만 이제는 진짜 나도 참아주기 힘들다.

가브리엘과의 밀당은 설렘을 잃은 지 오래고 관계의 긴장은 서사를 이끄는 힘이 아니라 시간을 끄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이번 시즌에서 가브리엘은 얼굴도 보기 힘들다.


에밀리는 늘 선택의 순간에 서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다.

관계를 정리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시즌 초반에는 그 가벼움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지만, 시즌 5에 이르러서는 반복으로 보인다.

도무지 성장하지 않는 주인공을 계속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 그 이탈리아 부자와의 관계는 끊어냈으니 성장했다고 말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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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패션, 그러나 서사는 얕아졌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상징하던 패션 역시 이번 시즌에서는 인상이 옅다

처음에는 과장된 색감과 스타일이 캐릭터의 성격을 설명하는 장치였지만, 이제는 그저 배경처럼 소비된다.

옷이 장면을 설명하지 않고, 장면 위에 어색하게 얹혀 있는 느낌이다.


로마라는 도시가 가진 미학과 대비되는 에밀리의 스타일은 흥미로운 충돌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제작자는 관심 없는 것 같다.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의 패션쇼가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그저 그랬던 이유이기도 하다.

패션은 더 이상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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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라는 캐릭터가 잃어버린 무게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꼽자면 누가 뭐래도 실비다.

아니, 적어도 그랬다. 냉정하고 단단하며 자기 확신이 있던 실비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균형을 잡아주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시즌 5의 실비는 이 여자가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보다 훨씬 가볍게 다뤄진다.

돈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질 않나, 젊은 남자 때문에 일을 놓지를 않나..

감독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실비답지 않은 행동들의 연속에 이건 정말 실망스러웠다.


실비가 흔들릴 수는 있다. 다만 그 변화에는 맥락이 필요하다.

이번 시즌에서의 실비는 감정의 깊이보다는 사건 처리용 캐릭터에 가깝다.

유일하게 매력 있던 여성 캐릭터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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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5는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다만 계속해서 이렇게 대충 만들 건지는 좀 물어보고 싶다.

파리에 있든, 로마에 있든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이야기다.


시즌 6이 아마도 나올 것 같고 아마 난 또 이걸 보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실망이 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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