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리뷰
* 스포일러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보기도 전부터 이렇게 욕을 먹는 영화는 오랜만이라 조금 궁금하긴 했다.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얘기다. 재난 영화인데 긴장감이 없고, 설명은 부족하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평들이 줄을 이었다.
<7광구>나 <클레멘타인>에 비교된다면 사실 안 보는 게 맞다.
그치만 김다미랑 박해수라니 사실 안 보기도 힘든 라인업이긴 하다.
그래서 봤다. 재밌었냐고 묻는다면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아쉬운 부분이 많고, 관객을 친절하게 안내하지 않는 선택들이 불호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렇게까지 이상하진 않았다.(사실 나는 <외계+인>도 썩 재밌게 보아서 여기에 대한 기준이 낮을지도 모르겠다.
<대홍수>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대홍수에 대해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는지 같은 걸 묻지 않는다.
소행성이 충돌했다고 하는데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수준이다.
대신 영화는 끝까지 한 인물, 한 가족의 선택에 머문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재난 영화라기보다는 재난을 배경으로 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사실 이 선택은 위험하다.
도파민에 쩔어있는, 도파민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장르적 쾌감을 스스로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혹평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재난 영화라면 응당 있어야 할 속도감, 스케일, 디스토피아의 인간 군상 그리고 그를 이겨내는 영웅적 대서사시 같은 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애초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잡을 것인가'를 묻는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기후 위기는 교훈도 뭣도 아니다.
이미 벌어진 현실이자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전제다.
그래서 영화는 기후 위기를 설명하거나 우리 이렇게 살면 망한다고 설득하지 않는다.
다만 그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반복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어떤 이는 폭력에 기대고, 어떤 이는 체념하고, 어떤 이는 끝까지 없던 신앙을 만들어 낸다.
영화는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쉽게 매기지 않는다. 그냥 비춰준다.
영화는 계속 이미 무너진 세계에서의 하루를 되풀이한다.
그래서 계속 물에 빠졌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김다미가 안쓰럽기도 했다.
반복되는 하루, 그리고 대놓고 보여주는 티셔츠의 숫자.
엄마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내며 무언가를 지키려고 한다.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다 우연히 휴대폰 속에 아이가 그린 헬리콥터와 엄마의 모습 수천 장을 보게 된다.
엄마가 지키고 싶었던 것, 아이가 남기고 싶었던 것들이 그제야 뚜렷해진다.
물론 이 설정도 조금 억지스럽긴 하다. 하지만 나는 꽤 먹먹해졌다.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수많은 하루 속에 엄마와 아이가 나눈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그 많은 날들을 반복해놨다.
대홍수 속에서 엄마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하는 선택은 영웅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엄마는 집요하게 아이를 선택했다. 헤어지지 않기 위해, 지키기 위해.
물론 이 영화에 쏟아진 비판들이 모두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불친절한 전개, 설명의 생략,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결말까지.
다만 나는 이 영화의 단점들이 그렇게 무가치하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니.
모든 영화가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영화는 설명하지 않기에 오래 남고, 어떤 영화는 완벽하지 않기에 계속 곱씹게 된다.
<대홍수>는 분명 그런 영화에 가깝다.
혹평의 홍수 속에서도, 분명히 건져 올린 장면들이 있었다.
재미없을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나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