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고윤 저
살다 보면 바쁘다는 말이 습관이 된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책임은 늘어가고, 관계는 복잡해진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 사라진다.
나는 괜찮은지, 지금 이 방향이 맞는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묻지 않는다. 그저 버틴다.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43가지 심리 증후군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소홀히 다루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울과 스트레스, 번아웃과 비교 의식, 과도한 소비와 인정 욕구.
사실 이것들은 특별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 겪는 감정의 이름들이다.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것을 거창한 진단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당신은 이런 상태에 있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짧은 챕터마다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스스로 답하게 한다. 설명 보다 성찰에 가깝다.
특히 공감이 갔던 부분은 번아웃을 다루는 장이었다.
우리는 번아웃을 단순한 과로로 이해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남의 기준에 맞추느라 나를 억누른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문장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힘들었던 순간들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였을까.
완벽주의 역시 비슷하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성장의 동력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압박이 된다.
책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끌려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으로 사는 삶.
짧은 문장들로 구성된 챕터들은 부담이 크지 않다. 몇 분이면 한 장을 읽을 수 있다.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다.
각 잡고 읽지 않고 틈틈이 읽기 좋다.
책은 최근에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다 하는 영끌 투자, 자극적인 소비,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는 태도도 다룬다.
그리고 이것이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내면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무엇이 부족했기에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었는지 묻게 만든다.
칼럼을 묶어놓은 것 같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어떤 독자에게는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볍게 읽으면서도 책은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질문을 남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내가 힘든 이유를 정말 알고 있는가.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책에 인용된 에머슨의 문장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면, 타인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저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라고 권한다.
그 시간이 물리적으로 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를 관찰하는 시간, 나의 감정을 인정하는 시간.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삶은 단순하지 않다. 이해되지 않는 일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경험은 나를 이루는 일부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혹시 요즘 이유 없이 지치고 있다면,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스스로를 밀어두고 있다면.
한 번쯤 돌아볼법하다.
당신은 지금, 자신을 돌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