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오랜 도시를 스케치하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by 짱고아빠

맑은 날씨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햇빛을 한줌도 보지 못할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은 그런 도시였다.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던 스키폴 공항에서 내려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앱으로 사면 보증금 1유로가 절약된다는 정보에 어떻게든 앱으로 결재해보려 했지만 실패. 가끔은 아날로그가 여러모로 편하다.(그럼에도 1유로는 아깝다)

중앙역에 내려 암스테르담 여행자를 위한 48시간짜리 시티카드를 샀다. 아무리 봐도 한국인 같이 생긴 직원에게 카드의 사용법과 호텔까지 찾아가는 길을 들었다. 가끔 내가 영어를 할 줄 아는건 아닐까란 착각이 들곤하는데 이럴때 그렇다. 머리속에 살기 위한 영어를 저장해 두는 공간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IMG_1778.jpeg 암스테르담 거리

트램에서 내려 운하를 따라 걸었다. 도로는 차도 자전거도로 도보로 걷는 도로가 따로 있는데 자전거도로가 제일 넓고 차도, 사람도로 순이다. 캐리어를 끌어야 하기에 자전거도로를 오가며 통행하는데 빵빵거리고 난리다. 자전거가 동남아의 오토바이 수준으로 많다.

호텔은 깨끗하고 정갈했다. 예전에 공장으로 사용했다던 호텔로비는 각종 예술품으로 도배되어 있다. 로비라기 보다 거대한 카페 같았다. 친절한 직원은 한참을 설명한 후 카드를 요구했다. 듣자하니 돈을 더 내면 뷰가 좋은 방을 준다는 것과 조식을 주문할지 묻는 것 같았는데 뷰나 조식따위 필요없는 나는 단칼에 노를 하였는데 왠걸. 방에 들어서자마자 추가로 50유로가 결재가 되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님께서 환율때문에 추가로 얼마가 더 결재가 된거라 알려주었다. (생존영어만으로 외국여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오후 세시가 좀 넘었는데도 해가 지고 있었다. 유럽의 겨울은 스산하다. 어둑해진 거리를 걷다보니 어차피 해도 없는 거리 차라리 밤이 낫겠다 싶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해는 차라리 불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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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박물관(좌) 하이네켄 박물관(우)

미리 예약해 둔 반고흐 미술관, 미술관 옆 시립미술관, 국립미술관, 하이네켄 박물관까지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는 않은지라 아는 그림 위주로 둘러보았다. 세상에 별 이유없이 좋은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내게 그 중 하나가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이다. 네덜란드가 좋아 축구게임에서 늘 오렌지군단을 선택했고 자연스레 베르캄프와 클루이베르트는 내 영혼의 투 톱이었다. 국립미술관 앞에서 꼭 찍어야 한다는 <I amsterdam> 사인 앞에서 사진 찍는 게 이번 여행의 목표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남들이 남긴 사진을 유추해 사인이 있던 자리를 찾아보았는데 차길에 위험하게 그랬겠거니하고 돌아서는데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박물관 앞 광장에 차려진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소박하고 아담하고 비쌌다. 그리고 하이네켄 박물관은 좋았다. 맥주는 하이네켄이지.

저녁 8시가 채안된 시간임에도 거리의 거의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광장으로 나서기로 했다. 네덜란드 왕궁이 있다는 담광장은 생각외로 아담했다. 어딜가나 있는 대형 트리가 광장을 반짝이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이 광장, 이 나라. 네덜란드의 역사와 전통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냥 그랬다.

IMG_1812.jpeg 담광장

네덜란드는 매춘과 마약이 합법인 국가다. 성박물관에 많이들 간다길래 들렀다. 매표직원은 다른 박물관과 달리 여기는 사진을 찍어도 되고, 백팩을 메도 관계없으며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널리 알려달라고도 했다. 유쾌한 아저씨의 배웅을 받고 들어선 박물관은 사실 썩 유쾌하진 않았다. 세상의 포르노그라피를 모아놓은 듯한 박물관은 그다지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는 아니었다. 아내도 빨리 나갔음 하는 눈치다. 박물관에서 나와 또 한참을 걸었다. 거리에 유흥가와 노숙인들이 제법 보였지만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다정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들의 곁을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그렇게 여행의 첫 날이 저물고 있었다.


IMG_1809.jpeg 숙소로 가는 트램을 기다리며, 그냥 여기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던 그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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