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밤은 예쁘지만 슬펐다

체코 플젠, 프라하

by 짱고아빠

독일에서 패키지 투어에 합류했다. 젊을수록 아니 어릴수록 패키지 여행에 극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을 종종 본다. 물론 검은 머리 외국인 수십명이 떼지어 다니는 모습에 본인이 끼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이해 못할바는 아니다. 가고 싶을 때 가고 서고 싶을 때 서는 자유로움을 양껏 누리는 것만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차마 호텔비도 안나오는 비용으로 7일동안 동유럽의 여러 도시를 둘러보며 이동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심지어 역사, 철학, 미술을 비롯해 차마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까지 세세히 설명해주는 경험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또한 이 모든 것과 함께 랜덤으로 만나게 되는 이들과 일주일간 알게모르게 쌓이는 우정은 덤이다.

구글지도와 트레일 패스를 벗어던지고 버스에 타고 다니 확실히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 정말 오랫만에 버스안에서 소매치기 걱정없이, 내릴 곳에 관한 염려없이 푹자버렸다. 이제 며칠은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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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거리, 이국적이라고 표현하기엔 살짝 무섭기도 했다


버스는 독일을 지나 체코에 닿았다. 마시는 온천이 있다는 까를로비바리, 필스너 우르겔로 더 유명한 플젠을 거쳐 프라하까지 가는 여정이다.

필스너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맥주인데 얼마전에 아사히에 팔렸다고 한다. 코젠도 덩달아 불매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필스너 공장 맥주통을 거쳐 막 나온 맥주를 대하는데 오랫만에 보는 필스너가 그렇게 아쉬웠다. 아사히를 오비나 하이트진로가 사버리면 안되나.(나도 안다. 말도 안되는 소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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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스너 맥주공장, 맥주는 공장맥주가 찐이다

프라하에 이르러 본격적인 소매치기, 사기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니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래야 했는데 겁도없이 다녔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갑과 여권은 깊숙히. 휴대폰은 바지주머니에. 가볍게 쓸돈 2-30유로만 뒷주머니에 구겨넣고 까를교를 건넜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까를교라니! 사랑의 다리라는 애칭의 까를교는 밤에 더 예쁘다. 아내의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넜다. 다시 까를교로 돌아온다는 황금 앞에서 한번,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황금앞에 한번 손을 얹고 잘 살고 싶다 잠깐 생각했다.(빌었다라고 쓰면 안될것같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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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못잊을 까를교,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까를교를 지나 구시가지로 향하면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 자리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나온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이번 여행에서 만난 최대 인파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이들 중에 하필 내눈에 들어온 건 쓰레기통을 뒤지는 홈리스다. 광장 곳곳은 마켓에서 버려진 쓰레기로 가득한데 그 쓰레기통을 아무 거리낌없이 뒤져 남은 빵을 먹고 먹다버린 음료를 마신다. 누가봐도 이방인 관광객인 내가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도, 심지어 눈이 마주쳐도 개의치 않는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처음 든 생각은 마음과 달리 ‘무섭다’였다. 씻지 않아 떡진 머리에 너덜해진 옷과 가방, 초점 잃은 눈. 네덜란드, 독일에서도 가끔 구걸하는 분들을 만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홈리스가 많이 보이진 않았다. 빵과 소세지 하나 사 드릴까 하다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접었다.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주의를 시켰던 내용이 아이들이 많을 때 절대 사탕이나 돈을 주지마라는 내용이다.

체코의 밤, 프라하의 밤은 예뻤지만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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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크리스마스 마켓, 말그대로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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