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새벽 안개 자욱한 프라하 성에 올랐다. 겨울 유럽의 날씨가 늘 이렇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기껏 이까지 올랐는데 프라하 시내를 열어주지 않는 안개가 야속했다. 가이드의 설명이 꽤 길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까를 4세에 이어 두 번째로 존경받는다는 체코의 1대 대통령님의 동상과 새치기가 유난히 많던 중국인들과 프라하성 광장의 뜬금없던 스타벅스, 그리고 전날 투어버스에서 본 <프라하의 연인>의 몇 장면들 밖엔. 날 좋은 때에 다시 한 번 와보리라.
프라하 시내를 다 보여준다는 트램투어가 선택으로 있었는데 선택하지 않은 우리는 걸어서 성을 내려왔다. 자유 없는 패키지에 이런 소소한 자유시간은 꽤 괜찮은 시간이다. 성을 걸어 내려와 존 레논벽에 이르렀다. 비틀즈의 멤버인 존 레논은 단 한번도 체코 프라하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회주의의 칼날이 서늘하던 시절 체코 사람들은 이 벽 앞에 모여 프랑스 대사관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노래를 들었고 지금의 이 벽에다 존 레논의 얼굴을 그렸다고 한다. 자유. 체코 정부는 눈엣가시였지만 차마 대사관의 소유인 벽을 허물지 못하고 존 레논의 얼굴을 흰 벽으로 덧칠했다고 한다. 칠하고 그리고를 반복하며 벽은 점차 두꺼워졌고 이 벽은 체코 민주화의 상징이 된다.
이제는 명품샵들이 늘어서 있지만 ‘프라하의 봄’ 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도 그랬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이 선포되었으며, 1968년부터 꾸준한 민주화 항쟁을 거쳐 1989년 벨벳혁명으로 체코가 완전히 사회주의의 그늘을 벗어나기까지 그들은 꾸준했고 결국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체코의 또 다른 이름은 보헤미아다. 보헤미안. 우리가 흔히 아는 집시의 본 고장이기도 하다. 자유롭고 춤과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 세상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고 수천년동안 유럽을 호령한 제국의 역사를 빗겨가며 유유히 유영해 온 사람들. 현대사에 전체주의에 맞서 그들이 써내려간 자유의 역사에 경의를 표한다.
낮의 까를교는 밤과 또 달랐다. 다리 양쪽으로 늘어선 성상들과 그 아래 자유로이 흐르는 다뉴브강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사람들.
체코에 평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