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는 글쎄

헝가리 부다페스트

by 짱고아빠

사실 이 모든 유럽 여행의 시작은 부다페스트의 야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그 멋진 국회의사당이 보고 싶었고 세체니 다리를 찍고 싶었다. 원래 여행이라는 게 생각처럼 되지 않는 법이라지만 야경말고는 딱히 볼 게 없을 것 같은 부다페스트에 머무는 그 하루가 축축한 하루가 되다니.

프라하에서 헝가리로 넘어가는 고속도로는 꽉 막혔다. 크리스마스가 큰 기념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성탄은 유럽사람들에게 내 생각보다 훨씬 더 큰 명절이라고 한다. 독일에서 프랑스에서, 괜찮은 서유럽 국가에서 일하는 동유럽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집으로 향하는 중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 꽉 끼어 버렸다. 더군다나 유럽의 버스시스템은 기사가 몇 시간을 운전하면 반드시 일정 시간을 쉬어야 한단다. 여느 나라 같으면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칼같이 어길 법을 이 사람들은 지킨다. 물론 버스에 장치가 있어서 운전기록에 남는다고도 하나 그게 있거나 말거나 그렇다면 그냥 지키고 말 사람들 같다. 우두커니 출발을 기다리며 이제 다시 못볼 헝가리의 고속도로 휴게소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다음달부터 시작될 서울살이에 설 귀경전쟁이 내 앞에도 놓여있다. 저거 남 얘기가 아니구나. 이 와중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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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광장에 내리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비는 쏟아졌다. 좁은 우산에 카메라가 젖을까 신경쓰는 것도 갑갑한데 눈에 띄게 건들거리는 현지 가이드가 자꾸 거슬린다. 한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짝다리를 짚고는 본인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이유가 소매치기를 조심하기 위해서고 너희도 조심하라며 이해해 달라곤 하는데 태도에 거슬리니 끝까지 이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설명도 대충, 모이는 시간도 대충 이야기 하는 듯 하더니 쇼핑센터에서 비로소 녀석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건 나의 주관적 관점이긴 하나 제사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친구는 아무래도 별로다. 아 그 녀석의 제사와 우리의 제사는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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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광장에 이르러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여기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다. 성 이슈트반 성당 벽면엔 커다란 선물 모양의 영상이 띄워져 있고, 시간에 맞추어 크리스마스 영상퍼레이드가 펼쳐졌다. 물론 비가 오는 덕에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 뷰는 크게 두 곳이다. 갤레르트 언덕과 어부의 요새. 갤레르트 언덕은 낮에 오는 게 좋아 보였다. 밤에는 너무 어둡고 잘 보이지 않는다. 어부의 요새에 오르니 사진으로만 보던 그 뷰가 보인다! 아 여기 부다페스트구나. 감동하며 카메라를 드는데 긴 줄이 보인다. 비오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줄 선 사람의 80%가 한국사람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언젠가 인스타에서 본 그 사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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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란 도시에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 헝가리는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물가가 싸 자는 거 먹는 게 좋다고 들었다. 물론 패키지 팀이 묵는 숙소가 그 정도로 괜찮으리란 생각은 않았지만 왠걸. 하루 종일 비맞은 덕에 찝찝하고, 기분은 찜찜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다뉴브 강의 신발들을 차창 밖으로나마 봤다는 걸까. 아무래도 나 여기 한 번 더 와야 덜 억울할 것 같다. 그 땐 가이드 없이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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