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라떼를 달고 살아도 좋은 선배, 좋은 어른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무레 요코 저

by 짱고아빠


인스타의 팔로워가 늘어가면서 신기한 일은 서평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 책 읽어주세요!'하는 분들부터, '이번에 출간된 새 책의 서평을 의뢰' 하는 부탁까지. 거의 모든 요청에 'yes'하는 편이지만, 가끔 내가 제발 읽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것 같은 책이 나오는데, 그 대표적인 책의 저자가 바로 지금 소개하는 무레 요코다. 소소하고 경쾌한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의 글은 즐겁고 신나고 꽤 좋다.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책은 어느덧 오십 대 중반이 되어버린 무레 요코가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려내는 작은 푸념이다. 꽤 많은 에피소드들은 겁도 없이 '라떼'를 보유하고 있으며, 오십 대의 감성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젊은 친구들에 대한 푸념과 충고들이 곳곳에 섞여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그녀의 이야기들이 도무지 밉지 않다. 쉬지 않고 구시렁대는 귀여운 할머니가 들려주는 꼰대 이야기는 한없이 빠져들 것 같고, 밤새도록 귤 까먹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줄 것만 같다. 어쩌면 이렇게 귀여운 꼰대가 될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90년대의 음악, 문화가 재조명 받으며 X세대가 재조명 받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낡은 세대인 줄 알았는데, IMF를 정면으로 통과한 9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세대에 대한 존중의 분위기가 언제부턴가 사회 전반에 퍼지기 시작했고, X세대 중에서도 이제 작게나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내 주위에도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의 메시지가 너무 세면 다들 도망가 버리기에 그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인데 아마 무레 요코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만 옳고 옛것은 다 낡고 필요 없는 것이라 말하는 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고집하는 끈기와 평온, 바꿀 수 있는 것들을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하는 지혜가 있는 선배. 그런 어른. 무레 요코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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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 무레 요코 저 / 경향BP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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