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숙제> 백원달 저
백원달 작가의 팬이 되어 작가님의 이름을 검색하니 이 책이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웹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니, 누군가에게는 꽤 큰 울림과 공감이 되었을 테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작가가 꿈이었지만, 살다 보니 꿈도 자기도 잊은 채 그것이 자신의 꿈인지도 모른 채 살아온 중소기업 총무팀의 서른셋의 유나 씨. 그 유나 씨의 이야기다.
책의 제목처럼 살다 보면 인생의 숙제처럼 해내야 혹은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아마 명절에 들리는 잔소리 목록과 비슷할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 하고, 남자의 경우 군대를 가야 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한다. 그 어려운 걸 해내고 나면 결혼을 하라고 하고 결혼을 하면 당연한 듯 아이를 낳아야 한다. 첫째를 낳으면 둘째를 가져야 하고, 그 아이가 자라 대학에 가고 이 모든 사이클은 대를 이어 반복된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 이 삶이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모든 선택이 본인의 몫인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사이클에서 여자이면 상대적으로 더 약자의 자리로 가게 된다. 취업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벽과 싸워야 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직위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 또 독한 년이 된다.)
애인으로부터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라 결혼 적령기에 만난 남자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대놓고 들어야 하고, 처음 보는 남친의 부모에게 애는 몇이나 낳을 계획이며 그 경우 다니는 직장은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를 면접처럼 통과해야 한다. 여기까지 참고 결혼이란 걸 해치웠는데, 우는 애 옆에 누이고 소파에 대자로 누워 <응답하라>를 쳐다보며 첫사랑은 죽을 때까지 못 잊니 어쩌니 하는 개소리를 늘어놓는 새끼를 죽이는 것까지가 인생의 숙제인지 제법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인생의 숙제는 결국 '나로 사는 일'일 것이다. 사회의 안녕을 위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의 뭐 어쩌고 하는 소리 집어치우고 오늘 나로 충만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렇게 온전히 내 이름 세 글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
유나 씨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어렵지만 이 인생의 숙제에 한발씩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남이야 어찌 됐던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으면 좋겠다.
인생의 숙제 / 백원달 저 / 피카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