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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민낯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연렌커 저

by 짱고아빠


중국 소설은 잘 읽을 일이 없는데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최근에 개봉되었다니 일부러 찾아 읽었다.(극장에 갈 시간은 없을 듯하고 ㅠ_ㅠ, 그리고 핫한 영화라니 왠지 조회 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중국어로 읽을 재간은 없으니 한국어로 번역된 문체를 보는데 생각 외로 문장이 아름답고 회화적이다. 소설 속 이벤트는 간략하고 직관적이나 이 모든 사건을 둘러싼 문장의 유희는 번역된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꽤 리듬감 있고 생동감 있다. 1차 언어로 읽을 수 있다면, 문장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 꽤 즐거운 책이 될 것 같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쩌둥의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장쓰더의 사망 이후 그를 기리기 위한 자리에서 마오쩌둥이 행한 연설의 제목이다. 꽤 명문이었다던 이 연설 제목은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상징이 되었으며, 위대한 마오 주석의 경전이 되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서슬 퍼런 중국 사회주의 아래, 한낱 소설이 이 국부의 지엄한 명령을 최음제로 사용하며 혁명을 희화화했으니 중국 공산당이 뒤집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2005년 봄에 발표된 소설은 상당 부분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만 권에 달하는 책이 전부 회수되었다. 하지만 이 조치가 되려 소설을 띄우는 촉진제가 되 나 같은 필부의 손에까지 닿으리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을까.



<주홍 글씨>이후 금지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의 공통된 뒷담화 거리인 것 같다. 1970년대 사회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경직된 시대에 사단장의 아내와 그의 집을 돌아보는 직무를 지닌 (그러면서도 강직한 인민의 사명을 띤) 사병은 사단장이 집을 비운 사이 몇 번의 고민과 번뇌를 하지만, 예외 없이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다. 엄격한 규율에 반한 순간의 일탈 같았던 둘의 감정은 점점 커진다. 사단장의 두 번째 아내와 말단 공무원, 혁명은 인민 모두의 것이라 치장되었지만, 사회주의의 부속품에 불과했던 이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하나의 존재가 된다. 나사 하나 정도로 치부되던 둘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게 되고 결국 마오의 석상을 부수고 만다. 혁명의 아버지의 얼굴을 짓이기며 인민은 묻는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인민 아니 인간은 부속인가 존재인가. 그리고 나는, 우리는 원하는 것을 가지고 살 순 없는가.



이념이라는 지엄한 명령 아래 사라져 가는 인간에 대해 작가는 꽤 원초적인 주제를 가지고 묻고 또 묻는다. 이는 비단 사회주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당신에게는 이념, 종교, 도덕 혹은 또 다른 이상에 가려져 미처 있는지도 몰랐던 당신의 가치, 존엄, 무언가를 추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반복해서 묻는다. 무엇이 혁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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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연렌커 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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