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저

by 짱고아빠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p.253)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삶을 마감할 이유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재미가 없어서였다. 뭐 재미 정도 없다고 죽을 생각까지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매일 숨을 쉬어야 할 이유를 찾는 이에게 재미와 의미는 생의 큰 동력이기도 하다. 경제적 이유나 파탄 난 관계만 인생은 벼랑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 무서운 건 안에서부터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자아다.


노라는 어느 날 죽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죽음을 결행하는 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도서관에 다다른다. 도서관 사서인 엘름부인은 삶과 죽음의 사이에 선 노라에게 여러 가지의 삶을 경험하게 한다. 슈퍼 셀럽으로의 삶, 고양이 관리인으로의 삶,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삶 등 수백만 가지의 삶을 짧게는 1분, 길게는 몇 주간을 살아내는 가운데 노라는 결국 길을 잃는다. 수백만 가지의 삶 속에서 그녀는 단 한 가지도 완벽한 삶을 찾지 못했고 결국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고야 만다. 그는 결국 다시 죽음을 선택하려는 찰나 마지막으로 노라는 그에게 친절했던 이들 사이로 들어가, 수백만 가지의 삶 중 가장 완벽해 보이는 삶을 경험한다. 그는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 삶 역시 노라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무너지는 도서관에서 결국 그는 그가 진짜로 원했던 것이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완벽한 삶을 살 수 없다고 '믿었기에' 절망했던 것이다.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p.328)


나는 왜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가. 죽고 나면 그 뒤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 또 내가 없는 세상에서 남은 이들의 삶은 어떠할 것인가. 두려움이 커져 절망에 이르는 순간에 차마 내리지 못한 결론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노라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랬다. 나 역시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다. 그 삶을 이 땅에 가져올 자신이 없으니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고, 이윽고 내가 그토록 도망치려 했던 그곳이 결국은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곳임을 깨닫게 되었다.

문득, 나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내가 가고 싶은 곳, 내가 삶고 싶은 삶은 무엇인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욕정에 이끌리지 않고, 도덕에 휩쓸리지 않고. 가만히 내 삶을 들여다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해졌다.

그래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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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저 / 인플루엔셜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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