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초심을 기억하는 일

세 번째 잎 — 우리의 냉정

by 주나함

펭귄 씨가 사역을 잠시 멈춘 시간,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두루 여행하며 시야를 넓혀갔다. 나중에 사역하기 시작하면 멀리까지 갈 기회는 거의 없을 거라는 가족의 배려 덕분이었다.


더 큰 세계를 경험하며 펭귄 씨는 그동안 붙잡고 있던 생각과 관념들을 완전히 내려놓고 마음 깊은 곳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그런 펭귄 씨를 보며, 또 함께하며 너무나 행복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가까이 있으면 사소한 생각 차이와 오해로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때로는 말없이 서로 마음을 닫았다. 한동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함만 남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으로 화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자신을 고집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들어주는 것, 솔직하게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며, 이해하려는 노력. 누구나 아는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실제로 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날은 처음으로 펭귄 씨가 낯설게 느껴진 날이었다. 사랑하던 사람 대신, 나를 설득하지도 달래지도 않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한때 뜨겁던 사랑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생채기 뿐이었다

대화는 맴돌기만 했다.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려는 말들이었다. 그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펭귄 씨는 아무말 없이 나를 끌어 안았다. 조용히 내게 물었다.

“나에 대한 마음이 어때?”


나는 마음을 담아 답했다. 사랑한다고.


그는 이어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주고 싶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잘해주고 싶어.”


그는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면 된 거야.”


그 한마디에 마음속 깊이 남아 있던 불안과 긴장이 순식간에 잠재워졌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서 단단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 번씩 크게 부딪히는 순간, 우리가 그간 일궈온 벽은 모두 허물어지고 서로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그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된다.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고 외면할 것인지, 함께 맞추어 새롭게 세워갈 것인지. 사랑 없이 세운 벽은 포장일 뿐 가벽과 다름없다.


모든 다툼 이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향한 사랑의 초심을 기억하는 것.’

다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처음 들었던 마음을 잊지 말자고.

‘아, 얼마나 힘들고 외로울까. 그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 마음 하나면 충분했다. 나는 오빠를 돕는 삶의 동반자임을 다시 확인했다. 어떤 능력이나 권위 때문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그렇다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 외롭고 벅찬 인생 속에서, 내 편이 되어주고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는 든든한 펭귄 씨를 더 품고 사랑하자고 다짐했다.

사랑하며 웃고, 장난치는 하루를 더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주어지는 모든 순간은 소중했다. 당연한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