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한 살 우리 엄마를 위한 응원 메시지

마음은 좀 시리지만 그럼에도 담담하게

by 김한나

어느덧 엄마는

여든한 살 생신을 맞이하셨다


여느 해처럼

생일 아침

두 며느리의 극진한 생신 밥상을 받았지만

전혀 손대지 않으시고

늘 드시던 포카리 스웨트와

과일 조금

그리고

너무 드시지를 않아

뭐라도 드시고 싶은 것이 없냐고 여쭤본 후 급히 공수한

어탕국수 반공기 정도만 드시고는

하루 온종일

침대에 누워 계셨다

생신 날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주일 내내 생일 축하 식사가 이어져

늘 활기가 넘쳤던 엄마였다


여장부,

남자 100명을 한 번에 모아 놓은 듯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모두를 휘어잡으시던

과거 엄마의 모습이

기억 저 편에

가물거리며 사라진다


최근에는

자주 기억을 못 하시고

약속을 잊는 일이 잦아지시면서

병원 검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엄마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는 것은

때로 갑작스러운 눈물을 참아야 하는

시간들이 되어갔다


엄마의 나이듦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편안한 시간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녁 시간

홀로 큰 집에 덩그러니 남겨질 엄마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시간은

매일 똑같이 힘겨웠다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문 앞까지 나올 엄마를 혼자 남겨두고

나의 집으로 귀가해야 하는 시간은

똑같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나이 든 여인들의 고독을

엄마와

시어머님의 일상을 통해

본의 아니게 목격하게 될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마음이 쉽지 않다

한편으로

나는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여성의 나이듦의 후반이

그럼에도

좀 더 담담하고 용기 있기를

응원하게 된다

그들의 힘겨웠던 분투의 순간들에

자신도 모르게 솟아났던

초인적인 용기와

단순하고도 선명했던

박장대소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로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는 외로움도

인생의 한 모습이라며

담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든한 살의

조금은 느려지고

조금은 덜 활동적인 지금의 우리 엄마도

변화된 이 시간과

자신의 모습을

그냥

담담하게

끌어안으셨으면 좋겠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기를 바라는 딸인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듯

쓸데없는 일들

별 의미 없는 일들을

대화의 주제로

엄마에게 건네보는 일을

매일매일 계속할 것이다


두 달 전부터 잦은 감기와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온

나이 든 우리 엄마가

십수 년 전 누비고 다니셨던

여의도 정치 현장을

TV로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언젠가는 이 시간을 또한

그리워하게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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