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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Jul 12. 2020

우동집에서 경영학을 배우다

깔끔하고 담백한 육수에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의 일본우동. 전국에 우동가게가 대략 25,000군데 있으며 연매출이 어마어마한 우동체인점을 비롯해 대대로 내려오는 노점포들이 즐비하다. 2016년 M본부의 취재로 만난  일본우동업계의 1위업체인 “丸亀製麵(마루가메제면)"을 소개합니다.  


1995년 설립된 주식회사 토리돌홀딩스(Toridoll Holdings Corporation)는 전문레스토랑과 쇼핑몰에 입주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가장 대표적인 우동전문점 마루가메제면(丸亀製麵),  야키소바전문점 나가타혼죠켄(長田本庄軒), 라면전문점 마루쇼야(丸醤屋), 패밀리층을 겨냥한 레스토랑 토리도루(とりどーる)과 닭튀김전문점 토리사브로(とりサブロー)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그룹 총 매출액은 1564억엔(현환율로 1조 7천억원)이다.  마루가메제면은 2018년 기준 국내외 합쳐 1,000점포를 돌파했고, 연매출은 899억엔(현환율로 9,900억원)이다. 한국에도 2012년 진출하여 현재 8점포가 있다.             


우동집 매출이 약 1조원? 도대체 그 비결이 뭘까?
바로 비효율이다.


조직개혁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효율화”다. 비즈니스에도, 공부에도, 다이어트에도 효율을 최선책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효율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우선시되지만, 결코 고객의 만족과 감동을 위해 고려되지 않는다. 일반우동체인점이라면 좌석을 늘리고, 직원을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동면도, 국물도, 튀김과 주먹밥 모두 센트럴키친에서 제공하는 것이 최고다. 이렇게하면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할수 있고 인건비와 부대경비를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루가메제면은 센트럴키친이 아닌 각점포마다 넓은 부엌공간과 많은 직원을 배치했다. 각점포에서 우동을 만들기 때문에 수도광열비가 늘어나고, 조리를 위한 설비투자비용, 그리고 인건비가 많이 발생한다. 업계에서 비웃을 정도로 역발상이다. 우동은 신선도가 중요하다. 제조공장에서 만들어진 면을 삻아서 우동을 내면 풍미와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마루가메제면은 방금 삶은 면을 제공하기 위해, 최소1년간 연수를 받은 제면사들이 직접 면을 만든다. 즉 사누키우동의 본고장 맛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비효율을 선택했다.


버블붕괴 후,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효율과 저비용을 중요시해, 인력대신 기계를 투입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익을 올릴수 있었다. 분명 단기적으로 이익을 내기 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지나친 효율화는 인간미를 없애버린다. 그래서 마루가메제면은 폭넓 은 연령층의 파트너(종업원 대신 사용하는 용어)를 점포에 배치했다. 특히 여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음식경험이 많아 손놀림도 빠르고, 솜씨도 좋다. 그리고 손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메뉴얼데로 하면 마음이 담기지 않아 감동받지 못한다. 따라서 메뉴얼을 익히데 눈앞의 고객을 보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마루가메제면에서 사진인용


마루가메제면은 사누키우동의 맛을 최우선시하기에 우동을 제공하는 공정도 매우 중요시한다. 우동의 원료인 밀가루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식재료다. 물의 양이나 온도는 계절마다 변해, 점포내에서 제면을 해도 면의 맛은 그날그날 달리질수 있다. 이렇게 예민한 “면 삶기”기술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1년간 몸에 익혀야하고, 삶기전의 숙성된 면인지도 판단해야한다.


삶아진 면은 탱탱함을 유지하기 위해 38도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한번 헹군다음 찬물에서 헹군다. 바로 찬물에 헹구면 면의 표면이 갈라져 우동의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고객이 주문하는 온우동과 냉우동에 따라 그릇의 온도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온우동은 면을 담기전 그릇을 따뜻한 물에 한번 담궈서 따뜻함을 유지할수 있도록 한다.


육수는 커피나 홍차와 마찬가지로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대량으로 만들지 않고,고객이 많을땐 1일 6회정도 만들어 신선한 육수를 제공한다고 한다. 튀김과 주먹밥코너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했다. 인기있고 식재료가 비싼 튀김을 좌측에 배치하고, 계산대에 가까운 코너에 저렴한 메뉴를 배치하여 접시에 한개 더 담게끔 해놓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동의 맛을 유지하기위해, 면장인이 암행어사시찰을 한다고 한다. 기준미달이 될 경우, 지도를 받고 개선한다고 한다. 그들의 도전은 끝이 없다. 결국 남들처럼 하면 성공할수 없다.


더 많은 경영 노하우가 숨어있는 우동집의 경영학을 다뤄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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