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 음악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Rock 음악을 알던 친구 그리고 Rock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던 순간

by 꿈싹지기


찰떡같이 마음속에 들러붙어버린 Rock 음악


Rock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그 순간을 생각해 보니 Rock 음악은 만지면 손에 찰싹 붙어 버리는 찰떡처럼 그냥 첫 순간부터 내 마음에 찰싹 달라붙었던 느낌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듣던 소위 '팝송'이라는 것에도 Rock 음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Beatles의 음악만 해도 소프트한 곡들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그들의 음악도 엄연히 선구자들의 Rock 음악이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일반적인 팝음악과 구분을 짓게 되는 Rock 음악은 그 부류 중에서도 조금 더 진중하고 무거운 종류의 것들이었다. 어쩌면 너무 대중적이지 않고 매니아의 부류에 들어가야 즐기는 정도의 것이라는, 조금은 유치한 구분도 그 나이 때에는 유행했었다. 어쨌든 그 분류를 따르자면 내가 Rock 음악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중3의 어느 날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계기는 이렇다.


중3이 되어서 음악의 '고수'를 한 명 만났다. 물론 그 당시 나의 기준으로 본 '고수'였다. 음악을 들어온 세월이 많이 쌓인 지금의 기준으로 다시 해석한다면 우리가 알던 팝송의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실제로는 몇 곡만 더 귀동냥해서 듣고 있으면 사실상 고수에 반열에 들어가는 정도였다. 나는 중3의 시작을 그를 고수처럼 생각하면서 시작해서 졸업할 즈음엔 오히려 내가 자타가 공인하는 팝송의 고수가 되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우리에게 음악에 관한 정보나 자료가 얼마나 있었겠냐마는 그 얼마 되지 않는 정보조차도 어디서, 어떻게 취해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든든한 정보의 소스가 있었다. 나는 중2 때부터 ‘팝송’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대략 초등학교 5~6학년 시절부터 누나들 옆에서 귀동냥으로 팝송을 들어왔다고, 자기가 일찍 음악을 듣게 된 계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음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원천은 라디오였다. 그리고 그 원천은 AFKN이나 혹은 팝송 잡지로 확장이 된다.


하여튼, KB라는 이니셜을 가진 그 친구를 중3의 교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앞뒤로 책상을 붙이고 앉아 있어서 수시로 음악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주로 내가 그 친구에게서 눈동냥을 하는 단계로 시작했다. 그 친구는 만화도 살짝 잘 그렸고, 글씨체도 굉장히 예뻤다. 청소년기의 내 감성에는 예쁜 노트나 다이어리 같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는 구석이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다이어리에 그 친구가 내 캐리커쳐를 그려준 적이 있다. 아쉽게도 그 다이어리는 대학 시절까지 가지고 있던 기억은 있지만 그 뒤로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기억에 없다. 그게 아직도 남아 있었으면 재미가 있었을 터인데 언제인지 모르게 그 다이어리가 사라진 것은, 내가 못내 아쉬워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 친구의 연습장에는 내가 모르던 팝송 제목이 멋진 글씨로 써져 있었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 아는 것들은 굳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내게 자신만이 아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약간은 있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내 기억력은 아주 좋았다. 따로 공부를 하지 않고도 수업시간에 들은 기억력 하나만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때였으니 그때 내 머릿속에 입력이 된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니 아직도 그 친구가 노트에 적어 놓았던 팝송 제목을 잘 기억하고 있는 편이다.


그 친구가 노트에 글씨 연습 삼아 적던 곡들은 Toto의 99, Hydra, Hold the Line 같은 곡이 있는가 하면 Heart의 Barracuda, Magic Man, Crazy On You도 있다. 특이하게도 Rupert Holmes를 좋아해서 Him, Escape 같은 곡들의 제목도 멋진 필체로 자주 적어대곤 했다. 나의 최애곡인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도 이 친구의 노트에서 처음 제목을 알게 된 곡이다. 그리고, 또 무어가 있을까... 아, 처음 봤을 때 이름이 특이하다고 느꼈던 Uriah Heep의 July Morning이나 Sunrise도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그 친구가 적었던 Rock 음악의 제목들은 어찌 그리 매력적인 단어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에 쏙쏙 잘도 들어왔다. 그 멋진 곡들은 내가 그 음악의 실체를 들어보고 확인도 하기 전에 이미 그 제목들만으로도 내게 찰떡처럼 붙어버린 매력 덩어리가 되었다.



멋진 Rock 음악을 한 곡 한 곡 알아 나가는 재미에 쏙 빠져 버렸다.


물론 이런 명곡들을 그 당시에 다 들어볼 수는 없었다. 우리의 중딩 시절에는 학교에 가져올 수 있을만한 크기의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인 '마이마이' 같은 것을 가질 만큼 경제적 형편이 받쳐주는 친구는 극히 소수였다. 우리는 그냥 제목만 서로 교류를 하고 찾아 듣는 것은 각자 알아서 했어야 했다. LP를 사서 들을 수 있는 형편도 되지 않았다. 제목만 기억하고 있다가 운 좋게 FM 방송에서 그 곡이 흘러나오면 그제야 귀를 기울여 듣게 되는 것이 우리가 새로운 곡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경로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Rock 음악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고딩 시절에 휴일이면 낮시간에 흘러나오는 FM 방송을 틀어놓고 듣고 있다가 우연히 Led Zeppelin의 Staitway To Heaven이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곡은 대부분 길이가 길어서 프로그램의 마지막에서 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당시 기준으로 대중적이지 못했던 Rock 음악은 방송 편성에서 제외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여튼, Led Zeppelin이나 Toto의 음악을 들을 때면, 늘은 아니지만 간간이 중3 시절의 그 친구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친구를 통해서 Rock의 명곡들을 몇 곡 알게 되면서부터는 새로운 곡 하나를 알아 나가는 기쁨의 크기가 그전보다는 훨씬 커졌다. 그런 차이를 느끼게 해 준 것 때문에 그 친구의 얼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얼굴이 되었다. 중3이 끝나가던 시기, 우리는 각자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다. 졸업을 하던 즈음에는 내가 그 친구보다 훨씬 많은 음악을 접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Rock 음악의 세계에 진입을 하던 시기가 내게 오고 있었는데 그 초입에 그 친구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와는 고등학교 이후에 길에서 우연히 한두 번 마주친 것 외에는 거의 교류가 없었고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중3이 되던 날까지는 가벼운 팝송들을 듣으며 음악을 즐기던 나의 세계는 그렇게 조금 확장되었다.

갑자기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잘 살고 있겠지...




오늘은 그 친구가 유별나게 좋아하던 Rupert Holmes의 음악을 연결해 본다. 사실 나는 그 친구의 노트에 적힌 그의 이름과 곡 제목을 기억만 했을 뿐이고 그 이후로도 그의 음악은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위에 적힌 나머지 곡들은 지금도 즐겨 듣는 나의 오래된 애청곡들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Rupert Holmes의 음악은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음악을 듣게 되는 순간은 KB라는 친구를 문득 떠올리던 순간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음악으로...


이 곡들은 1979년에 발표된 그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Partners In Crime에 수록되어 있다. 그러니 그 당시로는 신곡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 노래들을 접한 기억이 남아 있질 않다. 인연이 없었던 것일까... 그냥 KB가 가끔 Him, Him, Him을 흥얼거리는 정도로만 기억했던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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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 - Rupert Holmes (1980)


Escape(The Pina Colada Song) - Rupert Holmes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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