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Ritenour의 Rio Funk
예전에는 그의 이름을 항상 '리 리트너'라고 읽었었다.
90년대의 중반, 회사에 입사해서 처음 발령받은 곳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현장이었다. 내게 처음 주어진 업무는 발전소를 구성하는 기자재를 수입하는 일이었다. 회사의 업무 영역으로는 자재관리의 한 분야이기도 했다. 회사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캐나다의 기자재 설계 용역사에서 파견한 OSS요원, 말하자면 사업주 지원 인력으로 파견된 전문가 같은 것인데, 이 외국인과 한 사무실에서 책상을 가까이 쓴 적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외국인의 근무기록부(워크시트)를 관리하는 역할이 내게 주어졌기에 이래저래 공적으로는 가까이 지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약간의 사적인 공유 영역도 생겼다.
영국 본토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그 외국인 동료는 갓 30대 초반에 접어들던 나보다는 훨씬 나이도 많고, 경력도 많았다. 이런저런 업무를 주고받는 사무실의 일상에서 가끔 그와 음악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Roy Andrews란 이름의 그는 음악을 많이 좋아했었다. 그 덕분에 나는 가끔 그와 음악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나라에서의 그의 업무 경험, 여행담 같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이미 50여 개 나라를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었다.
어느 날, 그가 좋아하는 퓨전재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Lee Ritenour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도 이 사람의 음악을 좋아하고, 자주 듣는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곡들을 몇 곡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는 Lee Ritenour의 이름을 그 당시의 우리나라에서 표기하던 것과는 다르게 읽었다. 그의 발음을 그대로 옮기자면, '리 릿나워'라고 한단다.
물론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리 릿나워'라고 발음을 한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가끔 Lee Ritenour의 음악이 나올 때면 배철수 DJ도 그렇게 발음을 했다. 그 당시 음악팬들의 음악가 이름이나 용어의 표기 기준은 '월간팝송' 같은 책자에 나오는 표기를 따르는 것이었다. 내 기억에는 나도 책자에서 보고 그렇게 발음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이면 넘쳐나는 음악 영상에서 이들의 이름을 원어로 발음하는 것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가끔 보던 AFKN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이후로 가끔 비디오나 그런 데서 듣게 되는 그의 이름은 항상 '리 릿나워'였다. 그게 맞았다. 마침, 이걸 처음 깨우쳐준 Andrews도 '리 릿나워'의 팬이었다. 그래서 더 신뢰감이 가서 그때부터 나는 Lee Ritenour의 이름을 '리 릿나워'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Mr. Andrews를 처음 만났을 때 알게 된 그의 나이는 47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은 그보다 훨씬 어렸던 나와 세대가 비슷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그 당시는 영미권과 우리나라의 음악 감수성은 그 정도의 세대 차이가 났었다.
지금은 그의 나이도 칠십 대 후반의 나이 정도, 아마 팔십 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을 텐데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약 2년 정도의 발전소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간 후에는 캐나다가 기자재를 공급하던 루마니아로 간다던가, 그렀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노년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의 레코드장에는 아직도 삼십 년 전의 그 시절에 그가 내게 들어보라고 녹음을 해 준 카세트테이프가 두어 개 남아 있다. 요즘은 카세트테이프로는 음악을 잘 듣지 않으니 그냥 추억을 생각하면서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Mr. Andrews는 Lee Ritenour의 음악 중에서 차분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곡들을 좋아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Lee Ritenour의 Rock적인 재즈곡들을 더 즐기는 편이다. 한창 Rock을 즐겨 듣던 시절에는 일렉트리컬한 Jazz 연주자들의 연주를 편하게 함께 들었고, 그렇게 Jazz로 진입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Lee Ritenour나 Larry Carlton 그리고 Al Di Meola의 Elec 연주곡들을 즐겼었다. Lee Ritenour의 곡 중에서는 Rio Funk, Rit Variations I, II, 그리고 The Sauce 같은 곡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Lee Ritenour는 1952년 생이다. 그의 곡 중에서 템포가 빠른 유형에 속하고, 제목에 'Funk'를 담은 그대로 가장 펑키한 스타일의 곡이 'Rio Funk'이다. 그의 1979년 발표 앨범 'Rio'에 실린 곡이다. 이 곡의 공연 실황은 1985년의 GRP Live in Record Plant에서 GRP의 연주자들과 함께 공연한 버전을 레이저디스크가 유행하던 시절에 사게 되면서 처음 봤다. 후에 DVD로 조금은 더 좋은 품질로 접하면서 오랫동안 가장 자주 보게 된 버전이다. (레이저디스크의 화질은 VHS 비디오테이프와 비슷하고, DVD는 그보다 품질이 좋아졌다.)
이 비디오는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점이 있다. 일단 GRP 소속의 연주자들이 Record Plant라는 아주 작은 공간에서 하는, '오부리'같은 느낌의 공연이어서 재미있다. 그리고, 이 곡에서는 동네 조폭 같은 얼굴의 베이시스트 Abraham Laboriel이 그 육중한 덩치로 '붕~붕' 날면서 연주하는, 기타 현을 마치 아무렇게나 손바닥으로 두드려대는 듯한 그 리듬감이 경이롭다. 육중한 덩치에 뱃살을 출렁이면서 연주하는 그는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리듬은 날렵하다. GRP 소속의 연주자들은 워낙 세션 실력이 출중해서 공연에서도 항상 깔끔한 연주를 보여주기에 다른 연주자들의 칼 같은 세션 연주를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Abraham Laboriel은 Lee Ritenour보다 5살이나 많은 1947년생으로 지금은 미국 쉐퍼드대학의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1년의 Montreal Jazz Festival에서 했던 공연은 GRP 연주자들의 세션이 더 보강되어서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다만 함께 공연하는 연주자와 악기의 수가 늘다 보니 Abraham Laboriel의 베이스 연주 비중이 조금은 축소된 느낌이다.
현재를 기준으로 가장 볼만한 공연은 또 다른 연주자 Melvin Davis가 참여한 공연들.
위의 공연들로부터 최소한 20여 년이 지난 후의 공연인 2011년의 Montreux Jazz Festival에서의 공연 실황이다. 이 곡의 영상 중에서는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보는 영상이다. Abraham Laboriel이 맡던 베이스 연주를 Melvin Davis가 이어받고 있다. Lee Ritenour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주가 훨씬 박진감 있고 세련되다. 오히려 20년은 더 젊어진 듯한 파워뿐만 아니라 연주의 원숙미까지 더해져 더 알찬 연주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욱 활력을 더해주는 것은 Melvin Davis의 리듬감 충만한 베이스 연주이다. 곡의 후반부에 그의 베이스 솔로 연주가 길게 이어진다. 가끔 입을 헤~ 벌린 상태에서 넋을 잃고 빠져든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원숙해지는 재즈 연주자들의 모습, 그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멤버들 간의 완벽한 협연에서이다. Melvin Davis는 프로필에서 나이가 확인이 되지 않는다. 연주 경력을 추정해 보건대 아마도 Lee Ritenour와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의 베이스 연주는 파워만 놓고 본다면 삼십 년은 더 젊어 보인다. Lee Ritenour는 연주 중에 가끔 다른 연주자의 improvisation을 즐겁게 바라보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그의 공연 모습을 보면서 얼굴에 웃음을 함께 그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뛰어난 베이시스트인 Marcus Miller가 게스트로 참여한 2022년 취리히에서의 jazznojazz에서의 공연도 볼만하다. 다만, 관객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어서 화질과 음질은 떨어지지만 마커스 밀러의 게스트다운 색다른 연주도 이색적이다.
자주 교류하던 Chic Corea Band의 색소폰 주자 Eric Marienthal과 함께 한 1995년의 Jacksonville Jazz Festival에서의 공연은 더욱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공연에서는 Dwayne Smith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Lee Ritenour & GRP - Rio Funk [Live from The Record Plant 1985]
Lee Ritenour - Guitar
Dave Grusin - Keyboards
Larry Williams - Saxophone & Keyboards
Carlos Vega - Drums
Abraham Laboriel - Bass
Lee Ritenour & GRP - Rio Funk [Montreal Jazz Festival 1991]
Lee Ritenour - Guitars
Abraham Laboriel - Bass
Gary Novak - Drums
Dave Valentin - Flute
Ernie Watts - Tenor Saxophone
David Benoit - Keyboards
Don Grusin - Keyboards
Lee Ritenour & Eric Marienthal - Rio Funk [Jacksonville Jazz Festival 1995]
Lee Ritenour - Guitar
Eric Marienthal - SAX
Dwayne Smith - Bass
Art Rodriguez - Drums
Barnaby Finch - Keyboards
Lee Ritenour With Abraham Laboriel - Rio Funk [Fuji Jazz Festival 2004]
* 연주자 정보 없음
Lee Ritenour & Dave Grusin - Rio Funk [Montreux Jazz Festival 2011]
Lee Ritenour - Guitar
Dave Grusin - Piano, Keyboards
Melvin Davis - Bass
Sonny Emory - Drums
Lee Ritenour feat. Marcus Miller - Rio Funk [jazznojazz Zürich, 2022.11.02]
Lee Ritenour - guitars
Otmaro Ruiz - keyboards
Pera Krstajic - bass
Wesley Ritenour - drums
guest: Marcus Miller - bass
Bass 기타의 Slap 주법
1980년대 중후반에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스쿨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펑키'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던 베이스 기타의 주법에 대해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모양새로, 엄지로 베이스기타의 현을 '땅' 때리고 검지로 높은 현을 뜯어 내듯이 퉁기는 것으로 보이던 그 주법은 TV에서 송골매가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자주 보곤 했다. 송골매의 베이시스트 김상복이 자주 보여주던 그 연주는 베이스 기타를 처음 배우던 친구들에게는 베이스기타의 멋처럼 느껴지던 멋진 모습이었다. 어디서 유래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펑키'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그 주법의 공식적인 명칭은 'Slap'이라고 한다.
초보자였던 그 친구들에게는 제대로 하기에 쉽지 않은 주법이었지만, Lee Ritenour의 Rio Funk 공연 영상에서 흑인 베이시스트들이 보여주는 연주는 거의 신급 경지이다.
아래는 Slap Bass 솔로 연주를 들려주는 젊은 시절의 Marcus Miller.
그리고, Stanley Clarke는 그의 곡 School Days의 후반부에서 멋진 Slap Bass 연주를 들려준다.
오부리 (obligato)
'오블리가토'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은 연주에서 생략할 수 없는 악기나 성부(聲部)로 '의무화된' (obligatory)이라는 의미 혹은 따로 정해진 악보 없이, 혹은 원곡 악보에 없는 프레이즈를 음악의 흐름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즉흥으로 플레이하는 반주 스타일, 재즈에서 이야기하는 improvisation (즉흥연주)를 의미한다고는 하는데... 통속적으로 가장 흔한 '오부리'는 라이브카페 같은 곳에서 반주를 틀어놓고 기타를 연주하거나 혹은 즉석에서 합주를 하는 형태를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