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의 Nacht und Traume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설레게 하고 괜스레 무드에 젖어들게 하는 단어나 구절들이 있다. 예전에 학창 시절 가끔 듣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중에서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참 멋있고 설레게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시간 날 때마다 자주 듣곤 하던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제목 그대로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음악들을 주로 들려주던 프로그램이었던...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차분하게 깔리는 DJ의 목소리가 압권이다. 목소리가 음악을 더 맛있게 해주곤 했었다.
역시 학창 시절의 어느 날, 우연히 접한 TV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잔잔한 기타 연주를 들었다. 많이 친숙하지만 제목을 몰랐던 그 기타 연주를 들으면서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떠올렸다. 이 곡의 제목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 자막으로 떠오른 제목은 슈베르트의 ‘밤과 꿈’이었다. 묘한 느낌이었다.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제목의 이미지와 ‘밤과 꿈’이라는 이미지는 왠지 흡사한 느낌을 준다. 공통점은 '꿈‘이라는 단어인데, 아마도 이 곡에서는 밤에 꾸는 꿈의 포근한 이미지를 연상하는 제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긴 예나 지금이나 내겐 ’ 밤‘이나 ’ 꿈‘이나 ’ 음악‘은 모두 몽환적인 존재이고 푸근한 안식처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이다.
최소한 사십여 년은 지난 것 같다. 어느 해에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CF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사실 나의 기억에 약간 자신은 없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국제콩쿠르에서 입상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에 피아노 광고인지 혹은 오디오 광고인지에 그녀가 어떤 피아노 협주곡의 엔딩을 격렬하게 연주하면서 끝내는 짧은 장면이 있었다. 그때 처음 본 그녀의 인상은 강렬하고 파워 넘치는, 건반을 두드리는 피아니스트의 몸짓이 저렇게 격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보여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연주 모습은 강렬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어서 작년에 사서 듣고 있는 그녀의 음반은 다소 낯선 느낌이었다. 마치 그녀의 강렬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은 얌전한 옷을 입은 듯한... 그 낯선 느낌은 이 음반의 연주를 너무나 부드러운 느낌으로 나를 이끌었다.
이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면 ‘꿈과 음악 사이에’라는 프로그램을 듣던 그 학창 시절의 느낌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이다. 그의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음률에 실리는 노랫말들은 대부분 괴테나 실러 혹은 스코트의 시에서 가져왔다. 이 곡이 작곡된 것은 그의 나이 26살 때였지만, 그의 짧은 생애에서는 후기에 속한다. 노랫말은 친하게 지내던 오스트리아의 시인 마테우스 폰 콜린(Matthäus von Collin)의 시이다. 그 시기 슈베르트는 콜린의 시에 노래를 붙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원래는 가곡으로 작곡되었지만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로 편곡되어서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Heilige Nacht, du sinkest nieder
Nieder wallen auch die Traume
Wie dein Mondlicht durch die Raume,
Durch der Menschen stille, stille Brust.
성스러운 밤이 깊어 간다.
달빛이 공간과 사람의
잔잔한 가슴 사이로 스며들듯이
꿈도 깊어 간다.
Die belauschen sie mit Lust;
Die belauschen sie mit Lust;
Rufen, wenn der Tag erwacht:
Kehre wieder, heil'ge Nacht!
Holde Traume, kehret wieder!
Holde Traume, kehret wieder!
꿈이 밤의 성스러움 귀 기울여 엿듣는다.
꿈이 밤의 성스러움 귀 기울여 엿듣는다.
날이 밝아 오면 외친다.
성스러운 밤이여, 다시 돌아오라!
아름다운 꿈이여 다시 돌아오라!
아름다운 꿈이여 다시 돌아오라!
피아니스트 서혜경의 '밤과 꿈'
테너 김세일의 '밤과 꿈'
https://www.youtube.com/watch?v=Us54zgkhCq8
클래식 기타리스트 오승국의 '밤과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