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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임스 Oct 18. 2019

사무실이 너무 조용해요

당신이 창업하면 만나는 사람들

사무실이 너무 조용해요


회사에 신규 직원이 입사하면, 대게 한 달안에 나랑 일대일로 식사를 하곤 했다. 면담이라기보다는 그 직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족도, 즉 우리 회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는지, 그 첫인상 등을 물어본다. 물론, 직원과의 면담은 항상 어색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없애려고 많은 질문을 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직원은 대표이사와의 자리를 아주 불편하게 생각하고 질문에 답변만 주로 한다.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거나 사회에서 리더급 경험이 없는 창업자에게는 이 부분이 매우 생소하고 때론 고될 수 있다


그래도 사회생활 5년 정도 이상 해본 직원은 내가 질문을 하면 서로 주고받으면서 대화가 이뤄지는데, 사회 초년생들은 주로 묻는 것에 대답만 해서 면담이 다소 어럽다. 계속 묻다 보면 지금이 식사자리인지, 다시 면접 인터뷰인지 헷갈린다. 티타임이든 식사자리든 모든 면담은 내가 질문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 초년생과의 면담 자리에는 그 직원보다 2~3년 선배 또는 나이가 비슷한 기존 직원을 동반시키면 분위기가 조금 편해지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회사 분위기에 대해서 질문을 할 때, 많은 신규 입사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사무실이 너무 조용해요" 사실 이 말을 들었을 때, 많이 의아했다. 사무실은 일을 하는 곳이고 개개인의 업무를 집중하는 곳인데 조용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 뭐 춤이라도 추면서 하자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주니어 급의 직원들이야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왔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경력 직원 역시 마찬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이 말을 여러 번 듣고 생각해보니, 직원들은 입사하기 전  스타트업 또는 벤처회사에 대해서 무언가 같이 으샤 으샤 하면서 신나게 일하는 곳을 상상해왔던 것 같다. 


이는 언론이나 영화가 만든 스타트업의 대한 퍼소나(persona)이다. 직원들은 상상해왔던 퍼소나와는 다른 차분한 사무실 분위기를 조용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일하는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보려고, 사무실에 아주 크지 않게 노래를 항상 틀어두기도 하고, 점심시간도 정해놓지 않았으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여 오전 10시(기존 출근시간)를 기준으로 앞뒤 2시간 범위에서 개인이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원격 근무제를 일단위로 적용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그날 사무실 이외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아침에 전사 메신저에 공유하고 자유롭게 개인이 일하는 곳을 선택하여 근무할 수 있게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신규 입사자와의 면담에서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다는 의견은 나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은 사무실의 분위기가 아니라 회사의 문화를 뜻하는 것이고 회사의 문화는 대표이사인 나에게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나는 내향적, 외향적인 사람 중에 선택하자면 내향적인 사람이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목적 없는 대화를 선호하지 않으며, 5명 이하 모임을 좋아하고 길고 끈끈한 관계를 선호한다. 그리고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리더십 욕심은 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회의시간, 티타임, 그리고 식사 시간 빼고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외부에서 미팅을 하면서 많은 말을 하고 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에는 꽤 집중을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 역시 회의시간, 티타임, 식사시간 빼고는 조용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것이다. 한 번은 영업팀 충원이 필요하여 10년 이상 경력직을 여러 명 채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이 종종 나에게 사무실이 너무 조용해서 전화 통화를 사무실 안에서 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창업 전에 LG와 SK그룹 두 군데에 잠시 근무를 했는데, 본격적인 부서 배치를 받기 전에 그룹 연수원에 가서 연수기간 동안 기업 문화를 배운 것이 기억난다. 그룹사 신규 입사자 수백 명의 인원이 동시에 교육을 받기 때문에 전체 활동도 있지만 20~30명 단위의 “반"으로 나눠서 하는 개별 교육 시간도 있고 거기서 교육생 반장을 선출하는 시간이 있다. 앞에서 일종의 조교 역할을 하는 선배 직원이 반장 지원자를 먼저 묻는데, LG그룹 연수에서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런데 SK그룹 연수에서는 전원이 손을 들어 본인이 해보겠다고 했던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입사 전 기업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는 인적성검사와 며칠밖에 안 되는 교육의 효과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만든 것이다. 참고로 LG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화"라는 경영문화를 갖고 있으며, SK는 주어진 시간과 가용자원을 고려하여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가치인 SUPEX라는 경영문화를 갖고 있다. 대기업의 기업문화는 오랜 시간 갈고닦으며 다듬어져 왔지만 결국 그 시작은 창업자의 성향과 추구하는 바였을 것이다. 즉 회사의 분위기는 창업자의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의 조용한 분위기도 나의 조용한 성향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 조용한 기업문화가 나쁜 것일까? 즉, 기업문화는 창업자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니 조용한 창업자가 나쁜 것일까? 많이 알려진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내향적인 사람에 관한 책이 있다. 그녀는 내향적인 사람을 사색적인, 지적인, 책벌레, 꾸밈없는, 섬세한, 사려 깊은, 진지한, 숙고하는, 미세한, 내성적인, 내면을 향하는, 부드러운, 차분한, 수수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수줍음 많은, 위험을 싫어하는, 얼굴이 두껍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외향적인 사람을 활동적인, 원기 왕성한, 말이 많은, 사교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흥분을 잘하는, 지배적인, 자기주장이 강한, 적극적인, 위험을 무릅쓰는, 얼굴이 두꺼운, 외부를 향하는, 느긋한, 대담한, 스포트라이트 앞에서 편안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우리는 리더십,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로 대담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외향적인 사람을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것 역시 언론과 영화가 만든 퍼소나(persona)이자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수잔 케인은 미국인 중 두세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인 사람이며, 엘리너 루즈벨트, 앨 고어, 워렌 버핏, 간디 , 로자 파크스 같은 인물들 역시 내향적인 사람인데 내향성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어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을 달성했다고 보여주었다. 


창업자이자 창업기업의 대표이사는 보통의 직장인보다 최소한 한 가지의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것이 명석함 일수도 있고, 친화력 일 수도 있으며, 문제 해결 능력이나 카리스마 또는 설득력 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남들이 진지하게 한 가지 안을 준비하고 실행할 때, 생각이 드는 즉시 행동하여 같은 시간에 열 가지 안을 테스트해보고 2~3가지를 성공시키는데, 이런 실행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성공하는 창업가의 시나리오는 너무나 다양하기에,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용한 기업문화, 내향적인 성향의 리더십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내향적인 리더라면, 세심함을 살려서 직원의 불만을 읽는데 그 장점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직원 역시 다양한 성향이 있기에, 논리적 대응이 좋은 직원도 있고, 감정적으로 다가서야 마음을 열고 성과와 만족도가 높아지는 직원도 있다. 내향적인 리더는 이런 대응에서 아주 탁월하며, 본능적으로 쉽게 직원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창업 3년 차 정도가 넘어가자 직원들의 퇴사 니즈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특정 직원에게 무언가 분위기가 느껴지면 항상 1~2달 이내에 퇴사 면담을 요청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그 분위기가 느껴지면 바로 면담을 해서 불만을 들어주거나 팀장을 통해 집중 케어를 하여 인재 손실을 사전에 막곤 하였다. 그리고 당신이 외향적인 리더라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그들과의 신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인생의 80%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 보통은 퇴근 후 재미를 찾으려 하는데 왜 직장에서 재밌으면 안 되는가?”라고 말했는데, 외향적인 강점을 가진 성공한 CEO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외향적인 리더는 분위기를 주도하고 목표를 위해 직원들이 한 곳만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다만, 기업문화는 직원을 대하는 리더의 모습, 그리고 다양한 제도 및 복지를 실행하면서 시간이 문화를 완성시킨다. 하루아침에 대표가 원하는 기업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만들어가되,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회사는 작고 빠른 창업 조직이다. 언제든지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없앨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주 4일제 근무를 실행하기 전에 전사 인원이 모두 모여서 티타임을 하면서 이 제도의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 2주간의 테스트 기간을 갖고 바로 실행하였다. 그리고 2주 이후에 다시 모여서 회고를 하면서 제도를 개선하거나 중단시키는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였다. 이것이 직원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창업기업의 모습이라 할 수 있고, 직원 개개인의 의견이 들어갔으니 새로운 제도에 대한 반감도 상당히 적다. 어느 날 당신의 직원이 사무실이 도서관 같이 조용하다거나 공사장 같이 시끄럽다고 해도 놀라지 마라. 목표에 이르는 길은 정말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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