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ird World to First
아래 글은 싱가포르의 존경받는 독재자 리콴유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2013년에 쓴 "One man's view of the world(리콴유의 눈으로 본 세계)"를 읽고 가상의 인터뷰 형태로 쓴 책 리뷰입니다. 글의 순서와 질문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옮겼음을 말씀 드립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23년 중국계 한족 집안에서 태어나 1940년대 일본이 싱가포르를 지배하던 시절을 거쳐 전쟁이 끝나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에 입학했다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법학과로 편입했다. 대학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고국으로 돌아와 1954년부터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싱가포르가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말레이시아와 통합되고 본인의 강력한 염원과 희망과 달리 말레이시아에서 축출당하던 1965년을 굉장히 가슴 아픈 일로 회고한다. 그로부터 1990년까지 싱가포르의 총리로서 사실상 무기한 독재를 하였고, 총리직 사퇴 이후에도 2011년까지 장관을 역임하며 배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존경 받는 이유는 싱가포르를 명백하게 Third World에서 일류국가로 발전시켰고, 유지시켰으며, 여전히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사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 리콴유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해보자. 과연 Jay가 평소 궁금해 했던 미/중 갈등의 원인과 시나리오, 유럽 등 글로벌 역학관계에 대해 어떤 인사이트를 들려주실까.
Jay 경제, 기술, 국방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많은 선진국들이 그러하였듯 민주주의 체제가 도입될 거라고 보시는지요?
LKU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 사회와 국민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인의 머릿속에는 지난 5,000년의 역사를 통해 국가 통치의 중심 권력이 강력했을 때는 나라가 안정적이었던 반면, 그렇지 못했을 때는 혼란과 혼돈의 어지러운 시기였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부 서양 국가는 서구식 민주주의가 중국에 도입되는 것을 보고 싶어 하겠지만,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Jay 그래도 중국의 많은 인재들이 미국, 영국 등에서 유학하는 경우가 많고 서구식 정치, 문화적 사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분명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LKU 물론 중국 정치 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세대가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도 1인 1표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한 지도자 집단이 다른 지도자 집단으로 바뀌는 정도에 머물 것입니다. 중국은 문화적, 역사적으로 권력의 중심부가 강력하게 유지되어야 국가의 평화와 번영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Jay 신속하고 효율적인 리소스 투입 등 강력한 중앙집중 체제의 장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반면, 이런 체제로 인한 단점, 특히 중국에서 보이는 단점은 무엇일까요?
LKU 고질적인 부패 문제입니다. 부패는 수천 년 이어져왔습니다. 특히 시장개혁을 도입한 이래 기하급수적으로 부패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민간부문의 부는 급속도로 커진 반면 공직자의 보수는 형편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법이나 시스템 혹은 기관보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영향력이 더 큽니다.
또한, 지역별 소득격차에 대한 불만이 폭발 상태가 되지 않도록 확실히 관리하는 것이 커다란 도전 과제일겁니다.
Jay 선생님은 1976년 중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자주 중국을 방문하셨고, 마오쩌둥, 덩샤오핑,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모든 최고지도자들을 만나셨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어떤 형태의 중국을 이끌어갈거라고 보시는지요?
LKU 지금까지의 중국은 '도광양회'로 저자세를 유지하면서 힘을 기르는 현명한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근래 중국의 굴기 전략은 주변국을 물론 많은 서양과 미국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잠에서 깬 거인의 외교정책이 점점 강압적이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은 과거의 독일과 일본처럼 전쟁의 형태로 힘을 표출하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내부에서의 혼란과 충동을 피할 수 없고, 강력한 핵 억제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Jay 그럼에도 현재의 군사 기술 발전 속도나 대만을 중심으로 한 갈등을 보면 쉽사리 물러서진 않을 것 같은데요.
LKU 물론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혹은 그 아상의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중의 가장 큰 위기를 불러올 뇌관은 대만입니다. 나는 대만과 중국 본토의 재통합은 시간문제이고, 어떤 나라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위해 중국과의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막기 위해 기꺼이 감내할 희생 그 이상을 미국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을까요?
Jay 아주 강력한 주장이십니다. 대만의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 보다는 독립을 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요.
LKU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만의 미래는 대만 사람들의 희망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중국-대만 간 힘의 균형 그리고 미국의 개입 의지라는 현실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론조사로 찬반을 물어 다수가 통일을 반대한다고 해서 통일은 물 건너가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Jay 이제 미국으로 넘어가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고,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LKU 미국의 힘은 역동성에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보다 훨씬 창조적인 사회입니다. 미국의 쇠퇴에 대해 내부 격론이 많지만 격론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사회가 건강하다는 신호입니다.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또한, 매년 수천 명의 유능하고 꿈에 부푼 최고의 인재들이 미국 사회로 진출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수성가한 사람을 인정” 해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고, 합당한 인정을 받습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중간에 반드시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해줍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자신의 신분을 받아들이는 영국이나 유럽과도 매우 다른 점입니다.
Jay 반면 약점을 얘기하신다면요?
LKU 방만한 재정지출입니다. 현재의 사회보장과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30년 이내에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이런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다음 선거에 신경써야 하는 당원과 의회가 이를 해결하리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다음 선거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대통령 중임 기간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Jay 과연 미국 중국의 패권경쟁이 어떤식으로 결론이 날까요?
LKU 지금까지 미국은 대영제국 시대를 넘겨 받으면서 독일, 러시아(소련), 일본의 도전을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2035년쯤 중국은 미국의 GDP를 앞설 것이고,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를 허용치 않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질 것입니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일겁니다. 미국은 결국 타협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겁니다. 거대한 두 국가의 평화와 협력은 아시아에 안정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얽매여 있지만 미국과 안보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Jay 싱가포르에는 미국 군함이 순환배치하며 임무를 수행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에 대한 반발을 한다면요?
LKU 우리는 중국이 미국과 똑같이 싱가포르에 군함 배치를 요청한다면 환영할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한 쪽을 취하고 한 쪽을 버리는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오랫동안 싱가포르가 유지해야 할 정책 노선입니다.
Jay 그런식으로 싱가포르가 중국 경제에 종속될 수 있지 않을까요?
LKU 우리는 중국 경제 만으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의 번영은 오직 세계화의 번영 가운데에서 가능했습니다. 영어를 제 1언어로 쓰면서 중국어가 공용이고, 선진적인 법치와 시스템이 장착된 싱가포르는 중국만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Jay 유로화와 유럽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신 걸로 유명하신데,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LKU 재정통합 없는 화폐통합은 불가능합니다. 국가 간의 문화 및 특성 차이로 인한 불협화음으로 유로화는 궁극적으로 붕괴될 것입니다. 아마 각국의 개별 통화로 다시 돌아가는 유로존 해체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겠죠. 또한, 유럽의 경제활력을 저하시키는 근본적 요인은 복지정책과 경직적인 노동법이라고 봅니다. 제가 영국에서 유학하던 1940년 후반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혜택을 듣고 참 매력적으로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그런 전면적인 복지가 비효율성과 무노동을 초래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요.
Jay 왜 그렇게 생각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LKU 복지 정책의 의도는 고귀했습니다. 유럽은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면서,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부담을 지면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했습니다. 전쟁에 나가 피 흘리고 싸운 사람들은 노동자들에 더 많았고요. 이들에게 빚을 졌다는 강한 정서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과 사회복지정책을 요구하는 정치인의 행동이 쉽게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유럽은 오랜 기간 이런 정책을 감당할 능력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일본, 한국, 중국, 인도의 노동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더 이상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상태가 온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싱가포르가 복지와 노도엥 있어서 유럽의 길을 가지 않도록 유념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배가 남기고 간 선진화된 법치와 시스템, 그리고 영어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요.
Jay 국제관계나 외교 부분에서 유럽의 힘이 갈수록 약해질거라고 보시는 이유군요. 과연 유럽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LKU 세계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잃겠지만, 개별 국가는 아직 높은 교육수준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편안한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가 어느 정도 위축되긴 하겠지만, 유럽 각국은 자체 경쟁력으로 안정되고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Jay 열강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요. 한국의 발전에 대해서도 여러 매체에서 종종 얘기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LKU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인한 집단입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고, 시험과 교육을 중시하는 국민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갈등은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의 재분배, 세대, 이념의 극심한 대립은 사회의 에너지와 자원을 고갈시킵니다.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합시다’라고 단결하여 내부 갈등이 아닌 에너지를 외부로 돌리는 국익 차원의 큰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Jay 지금까지 귀중한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90세의 나이에도 이런 또렷하고 날카로운 정신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LKU 저는 항상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일어나서, 이메일과 신문을 보고, 운동을 하고, 글을 씁니다. 중국어 선생님들과 1-2시간 공부하고, 가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요. 규칙적인 삶. 그게 비결입니다.
그리고 해외를 여행하는 것은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도 가만히 머물러 있는 곳은 없습니다.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살펴 보는 걸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