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
대학생들이 북적이는 벨기에의 대학도시인 루벤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온종일 수다를 떨고 토론을 하고 논쟁을 벌이고
밤이 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길거리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일상들.
대학생들이 있는 곳을 항상 그렇다. 세계어디라도.
마치 방금 밭에서 딴 주황색 당근을
아사삭하고 베어먹는 그 맛처럼 날것, 쓴 것 같지만 결국 단 맛.
먹고 난 뒤의 그 경쾌한 뒷맛까지.
아. 나의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다.
비록 그 때는 그 시간이 그리 귀한 줄도 그리 아삭한 줄도 몰랐더랬지만은.
시간은 가고,
지금에서야 대학생들이 누비는 도시 한 가운데에 서 있자니,
대학생 그 젊음 그 활기가 부럽고 또 부럽다.
무엇이 남았는고 생각해 보면 지금의 뿌리를 만든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불쑥불쑥 떠오르는 후회들, 가물가물 소소한 추억들..
머리위로 무언가를 들이 붓는
루벤의 이 동상을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 머릿속에 채워넣는 지식 한컵 한컵.
지금은 그 지식이 한컵 채워지면 한컵 사라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목마르게 지식을 채워넣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금 살아난다.
오랜만에 그 시절의 당근을 뿌리채 뽑아 한 입 크게 베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