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무르익은 8월말의 어느날,
어린이들이 작은 집의 정원 앞에 모였다.
다섯아이들은 맨발로 돌다 뛰며 서로의 재주를 자랑하다
키가 큰 한 아이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아이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하늘로 튕겨오르고
이말 저말과 이 웃음과 저웃음이 뒤엉켜 날더니
금새 아이들은 정원 구석구석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식물을 세우려고 보관해놨던 대나무 가지들을 찾아내온다.
그리고 집안과 밖에서 온갖물건들을 꺼내온다.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써보고, 이불을 덮었다 말았다 또 하염없이 웃음폭탄.
대나무가지를 이리 돌리고 저리돌리고 한참을 꺄륵꺄륵 뒤집어 지더니,
이제 시작!! 소리와 함께 정원테이블 위로 껑충!
테이블에 올라 앉은 네명의 아이들은
이제 바다 위에 표류한 가엾은 처지가 되었다.
배에 표류한 넷은 이제 가진 거라곤
앙상한 대나무 노 한자루와 등에 짊어진 작은 가방하나.
옆으로 앞으로 노를 저어나가다 힘겹게 배고픔을 호소한다. 이젠 추위를 호소한다.
짊어진 가방안에서 누더기 천조가리를 꺼내 몸을 덮어보지만 이내 역부족.
지친 그들은 얼굴이 거무티티하게 변하고 머리는 덥수룩 하게 변했으며, 이제는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결국 잠이 들고 만다.
살짝 눈을 떴을 때 발견한 것은 무인도.
감격에 뛰어내린 아이들은 정원 곳곳을 줄지어 두리번 거리고,
탐색하고, 경계하면서 풍성하게 자란 대나무 숲을 찾아낸다.
그리고 머리를 들이민 순간 결국!!
자그마한 텐트를 발견하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데.
네명의 아이들은 연기를 하고 한명의 키큰 아이는 감독을 맡았다.
대본을 쓰고 서로 지도를 해주고 실수가 날때는 덕담을 해주고,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외운것을 연습하고.
오후5시.
집앞 테라스에는 번호가 있는 의자가 세개씩 세줄, 9개 차려졌다.
그리고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제일 좋은 가운데 자리는 딱 한자리. 2유로. 그 뒤는 1유로. 나머지는 1.5유로씩. 어른들은 모여들었고, 집의 거실에서는 티켓을 팔았다. 한명은 좌석을 설명하고 나머지는 돈을 받고.
또 다른 아이는 좌석을 안내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비디오 찍기는 금지되었다.
공연은 솔직히 평하면 어린이의 바다 표류기 1화 정도의 느낌이랄까.
공연은 약 5분 30초. 박수를 받은 쑥스러운 연기자들은 줄지어 퇴장한다.
출구라고 쓰여있는 곳으로 나가자 연기자들은 간격을 두어 대나무 차단기를 들고 서있었다.
그리고 그 차단기를 하나씩 열어주며 손수 티켓에 사인을 해주었다. 뭐랄까 공연보다 그 마지막의 서비스가 감동이었다고나 할까. 공연후 티켓판매료를 공평히 나누며 예스!!를 남발하는 천진한 연기자들 사이로 관람객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평균나이 만 9세 다섯아이들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이 짧고 단순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그 어떤 어른하나, 그 어떤 사전계획 하나 없이 즉흥적으로 기획, 연출, 구성, 운영까지 마무리했다.
이렇게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대단한 어린이들이구나 생각하다, 아..이것을 만든 건 아이들의 시간이 아닌가. 그저 맘껏 쓸수 있는 시간들. 온전히 주어지는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시간안에서 이 아이들은 참 많은 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눈부셨던 한 여름의 공연장은 오렌지로 물든 길어진 햇살과 함께 오늘의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