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pace and Time

보이지 않는 질서의 발견

언어에서 건축으로 흐르는 구조주의의 시선

by Jwook

언어는 관계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구조주의의 문을 연 사람은 스위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였다. 그는 언어를 고정된 기호의 집합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로 보았다. 단어의 의미는 사전 속 정의가 아니라, 다른 단어들과의 차이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이다.


'밤'은 '낮'이 있을 때만 의미를 갖고, '남자'는 '여자'라는 단어가 있을 때만 구별된다. 당신의 집에서 '거실'이라는 공간이 의미를 갖는 것도, '침실', '부엌'이라는 다른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의미란 절대적인 실체가 아니라 차이(difference)의 그물망 안에서 생성된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의 결합으로 설명했다. 기표는 소리나 문자 같은 표현 형식이고, 기의는 그것이 가리키는 개념이다. 하지만 그 관계는 자의적이며(arbitrary), 사회적 합의 속에서만 유지된다. '개'라는 소리가 반드시 네 발 달린 동물을 가리켜야 할 이유는 없다. 영어권에서는 'dog'라는 전혀 다른 소리가 같은 개념을 가리키지 않는가.


소쉬르는 또한 언어를 공시성(synchrony)과 통시성(diachrony)으로 구분했다. 공시성은 특정 시점에서 언어 체계 전체를 구조로 파악하는 것이고, 통시성은 언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다.

구조주의는 주로 공시적 관점, 즉 '지금-여기'의 관계망에 주목했다. 이 관계가 자의적이기 때문에, 언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 체계가 된다.

의미는 언제나 다른 의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것이 구조주의가 발견한 첫 번째 통찰이었다.

문화의 언어를 해독하다 ―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소쉬르가 언어의 구조를 발견했다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는 '언어가 아닌 것'에서도 같은 구조를 찾았다. 신화도, 친족 관계도, 요리법도—모두 하나의 문법을 따르고 있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소쉬르의 언어학을 문화와 신화의 분석으로 확장했다.

그는 인간의 모든 사회적 행위, 신화, 친족 제도 속에도 보이지 않는 구조가 숨어 있다고 보았다.


아마존 원주민의 신화를 해석하면서, 그는 이야기의 표면 아래 숨은 심층구조(deep structure)를 찾아냈다.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표층구조)는 제각각 다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생/죽음, 자연/문화, 남성/여성, 날것/익힌것—이 작동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신화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불'이 등장하고, 다른 신화에서는 '땅속에서 솟아난 물'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다르지만, 둘 다 '자연/문화'라는 같은 대립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문화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의미를 생성하고, 각 민족은 그 구조의 '언어'를 통해 세계를 해석한다.

결국 레비-스트로스가 발견한 것은, 인간의 사유가 언어처럼 구조화된 체계 안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다양성 뒤에는 보편적인 사고의 틀이 있다. 이것이 구조주의의 핵심 명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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