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없는 중년의 며칠

공사 중입니다, 잠시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by Jwook

중학교 때 나는 교정을 했다. 덧니가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였는데, 누나도 교정을 했고 덩달아 나까지 하게 됐다. 둘 다 덧니를 타고났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시절 교정은 지금처럼 세련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위아래로 네 개를 발치하고 덧니를 당겨서 빈 공간을 메꾸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는 지금도 남들보다 이가 네 개 부족하다. 시작부터 약간 마이너스 인생이었다.


치아 위에 쇠붙이를 붙이고 와이어로 연결해 몇 년을 살았다. 치과를 다녀오는 날이면 입안이 마치 철길 공사 중인 현장 같았다. "조여드릴게요." 그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이가 뻐근했다. 혀로 만지면 느껴지는 와이어의 감촉. 음식은 잘 끼고, 고기는 실처럼 풀어져 붙고. 그 시절 나는 반쯤 금속 인간이었다.


중학교 때 붙인 그 쇠붙이를 제거한 건 몇 년이 지난 고등학생 때였다. 제거하던 날, 나는 거의 자유를 얻은 혁명가였다. 입안에 바람이 통하는 느낌. "이제 사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었고, 스케일링도 나름 꾸준히 했다. 하지만 치실은 귀찮았고, 치간칫솔은 더 귀찮았다. "설마 괜찮겠지"를 반복한 대가는 50대 문턱에서 돌아왔다.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담배는 안 피운다. 술은 "적당히" 마신다. 다만 이때의 적당히는 늘 주관적이어서, 원인 목록에 올려두되 딱히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결과는 분명했다. 치과 의사의 표정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임플란트 가격을 알아보니 병원마다 부동산 시세 같았다. 같은 앞니인데 왜 이렇게 다른지. 보험도 없으니 지인 찬스를 쓸 수밖에 없었다. 상담실에 앉으니 실장님이 들어오셨다.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설명은 친절했고, 논리는 촘촘했고, 중간중간 적절히 웃겼다. 여기서 상담하면 무조건 결제까지 간다는 걸, 나는 5분 만에 직감했다.

"이번 달 할인 행사 중이에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바로 나왔다.

"지금 결제하시면 추가 할인 가능해요."


나는 지지 않았다. 최대한 네고를 했다. 실장님은 흔쾌히 받아줬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게 처음부터 그 가격이었던 것 같다. 결제는 아주 빨리 끝났다.


앞니 아래 네 개 발치. 양쪽에 두 개 임플란트 기둥. 가운데는 브릿지 두 개. 거기에 뼈이식까지. 광고에서 보이는 임플란트 가격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앉아서 상담하다보면 항목이 하나씩 붙는다. 실장님의 네고가 흔쾌했던 이유를 나는 청구서를 보고 나서야 이해했다.


병원은 당장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감기 기운이 있었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2주 후로 잡았다. 그 2주가 짧았다.


수술 당일 오후,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에 앉았다. 긴장을 안 하려고 했는데, 됐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바라봤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나란히 앉은 부부, 젊은 여성. 임플란트 전문 치과답게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있었다. 이 대기실에서만큼은 모두 같은 처지였다. 흔들렸거나, 빠졌거나, 곧 뽑힐 예정이거나.


내 번호가 불렸다.

파노라마를 찍었다. 사진 속 내 치아 배열을 잠시 남의 일처럼 들여다봤다. 저게 내 입이구나.

마취가 들어왔다. 서서히 감각이 사라졌다.

마취 후 흔들리던 이는 쉽게 빠졌다. 문제는 멀쩡해 보이던 양옆 두 개였다.


"힘들어가는 느낌 들 거예요."

그 말은 "좀 버티세요"의 다른 표현이었다. 드릴 소리가 이어졌다. 소리보다 더 선명한 건 진동이었다. 드릴이 턱뼈를 지나 두개골 어딘가까지 울리는 것 같은 느낌. 치과 의자에 누워 천장을 보면서 나는 뜬금없이 중학교 시절 그 뻐근함을 떠올렸다.


"턱에 힘 주세요."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양치를 제대로 안 하고 치실을 쓰지 않았을까.

수술이 끝나고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임플란트가 아주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설계는 완벽했다. 문제는 관리자였다.


지금 나는 앞니 없이 생활 중이다. 말을 하면 발음이 살짝 샌다. '사'가 '하'처럼 들릴 때도 있다. 사람들과 오래 이야기해야 할 땐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 안 써도 입만 벌리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토요일이면 임시치아가 나온다. 그때까지는 약간의 공백 상태로 지낸다.


그런데 이상하다. 흔들리던 앞니가 없으니 보기엔 불편할지 몰라도, 나는 왜 편할까. 혀가 뽑힌 잇몸에 닿는 느낌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앞으로 이쁘게 들어설 임플란트를 생각하니 오히려 홀가분하다. 흔들리는 것들을 버리고 나면, 가끔 이런 기분이 온다.


의사가 말했다. 앞니 말고 다른 곳은 괜찮다고. 주기적으로 스케일링, 잇몸치료만 꾸준히 하면 된다고. 거창한 게 아니었다. 결국 치실과 양치질, 제대로 하는 것뿐이었다.


거울을 본다. 교정하느라 고생했는데, 입안은 다시 공사 중이다.

치실은 아직 안 샀다.

양치질부터 다시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