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세상은 없다

'선택하지 않음'으로 완성되는 삶의 설계

by Jwook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결핍을 경험한다.


채워지지 않는 관심, 기대에 못 미친 관계, 원했지만 얻지 못한 것들.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내면 어딘가에 쌓인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무의식의 상당 부분은 그 결핍을 채우는 방향으로 조용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무언가를 간절히 이루고 싶다는 욕망,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갈망 — 그것이 순수한 의지처럼 느껴질 때조차, 그 밑에는 오래된 결핍이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결핍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결핍을 채우려는 방향 자체가, 우리를 '지금 여기'에서 끊임없이 떼어놓는다는 데 있다. 더 나은 조건, 더 적합한 사람, 더 완벽한 타이밍. 그 상상은 현실을 항상 불완전한 것으로 만든다. 직장을 옮기고, 관계를 정리하고, 도시를 바꿔도 — 어딘가 어긋난 감각이 따라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조건이 바뀌어도 결핍을 향한 무의식의 나침반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닐까.


완벽한 대지를 찾지 않기로 한 결정


건축에서 대지는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에 가깝다. 햇살이 고르게 들고 평탄하며 위험이 없는 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딘가에는 바위가 박혀 있고, 지반이 기울어져 있으며, 예기치 않은 물길이 흐른다.

Fallingwater,_also_known_as_the_Edgar_J._Kaufmann,_Sr.,_residence,_Pennsylvania,_by_Carol_M._Highsmith.jpg 낙수장(Fallingwater), 1935. 바위와 물길은 제거되지 않았다. 그것들이 집을 지탱하는 기반이 되었다.ⓒ Carol M. Highsmith

1935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펜실베이니아의 험한 산지에서 낙수장을 설계했다. 그는 폭포를 바라보는 집을 짓지 않았다. 폭포 위에 직접 올라타는 집을 지었다. 바위를 부수지 않았고, 물길을 돌리지도 않았다. 대신 수평 슬래브를 폭포 위로 내밀었다. 캔틸레버 — 한쪽만 고정된 채 허공으로 뻗어나가는 구조.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바위와 물길을, 제거할 조건이 아닌 구조의 기반으로 삼은 것이다. 결함이 설계의 중심축이 되었을 때, 낙수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삶도 다르지 않다. 지워야 할 결함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를 규정하는 조건일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없애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아무것도 세우지 못한 데 있다.


반복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


라이트의 태도가 '장소'에 관한 것이라면, 카뮈의 태도는 '시간'에 관한 것이다. 둘 다 조건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세웠다.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인간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정상에 다다르면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는 또 아래로 내려가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이 반복은 특별한 형벌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 비슷한 하루가 쌓이고, 해결했다고 믿었던 문제를 다시 마주하며, 관계의 균열은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난다.


카뮈가 주목하는 것은 바위를 미는 순간이 아니다. 바위가 굴러떨어진 뒤, 시지프가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는 그 걸음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면서도 도망치지 않는 그 태도. 행복은 바위가 정상에 머무는 상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밀어 올리기로 결정하는 의지 안에 있다. 더 나은 조건을 기다리지 않기로 한 그 선택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대로'를 선택한다는 것


결핍은 사라지지 않는다. 무의식은 계속해서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해 나침반을 돌릴 것이다. 그것을 억누르거나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나침반을 잠시 내려놓는 결정은 할 수 있다. 이 선택은 체념이 아니다. 흔들리는 기준을 멈추고, 내가 서 있는 땅을 삶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낙수장에는 완벽한 설계도가 없었다. 폭포 위에 슬래브를 내밀기로 한 결정, 바위를 기초로 삼기로 한 결정 — 그 선택들이 모여 그 장소에서만 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시지프의 발걸음이 그의 삶을 만든 것처럼.


이상적인 세상은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그 위에 무엇을 세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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