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퀘스트 : 하나의 색 찾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낯짝이 대수랴.

by 일칠삼공
이 글은 일상의 나태함과 무기력 해소의 목적으로, chat GPT에게 퀘스트를 받고 그 과정을 글로 남기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넓고 광활한 것들은 왜 파란 걸까? 바다가 그렇고 하늘이 그렇다. 어릴 때는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물론 지금도 명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빛의 산란에 의한 현상이라는 점만 어설프게 알고 있다.


과학에 관한 호기심은 항상 왕성했지만, 숫자와 계산에 취약하여 깊이 있게 공부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항상 쓰잘 데 없는 궁금증은 생겼다.


사람이 귀여움, 아름다움 앞에 무장해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몰입했을 때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소 원자(H) 2개와 산소(O) 원자 1개가 만나면 왜 물(H2O)이어야 할까?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세상 온갖 잡생각과 우주의 기원에 관한 궁금증과 시답잖은 유머와 과거가 되어버린 연인에 관한 기억과 철없던 대학 시절의 술자리가 떠오른다. 궁금증과 상상은 세상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GPT에게 이번 퀘스트를 받았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파랑을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넓고 광활한 것들을 쓰고 싶어서.



열한 번째 퀘스트: "하루 동안 하나의 색 찾기"


① 목표: 오늘 하루 동안 특정 색 하나를 정하고, 그 색을 찾아다니며 기록하세요. 예: 파란색, 노란색, 초록색 등 마음에 드는 색을 선택하세요.


② 조건: 하루 동안 그 색이 들어간 물건이나 풍경을 발견할 때마다 사진으로 찍거나 메모해 보세요. 색이 주는 분위기와 느낌에 집중하며 관찰하세요.


③ 기록하기: 발견한 색과 그 색이 담긴 장면, 그리고 그 색이 하루 동안 당신에게 준 느낌을 2,000자 이상의 글로 기록하세요. 색이 주는 감정, 떠오른 기억, 혹은 당신의 시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적어보세요.


이 퀘스트는 시각적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는 기회를 줄 수 있을 거예요. 즐겁게 도전해 보세요!



첫 번째 파랑은 내가 좋아하는 넓고 광활한 하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1. 하늘

KakaoTalk_Photo_2025-01-12-13-24-26 003.jpeg 집 근처 하늘을 찍었다. 하늘 사진은 손을 타지 않는다. 누가 찍어도 예쁘다.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나는 거북목이다. 앉은키가 크고, 사무직에 종사하며,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살았기에 거북목을 위한 삼위일체의 조건에 더없이 부합하는 인재다. 지금은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로 잡으려 노력하지만, 업무에 집중한 내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면 등딱지만 없을 뿐 영락없는 거북이다. 음... 그런데 거북이는 나보다 오래 살지. 집도 있지. 수영도 나보다 잘하네? 쓰고 보니 거북이에게 실례했다.


핑계일 수 있지만, 일상에서 파란 하늘을 올려볼 일이 잘 없다. 하루 8시간을 천장이 막힌 빌딩에서 보내고, 퇴근하면 파랑이 사라진 어두운 하늘이 나를 맞이한다. 또한 구부정한 목이라서 땅을 보며 걷기에 하늘을 올려볼 일이 잘 없다.


맞다. 나도 안다. 핑계다. 구부정한 목은 개뿔. 빌딩은 개뿔. 그저 하늘 올려다볼 생각이 없었을 뿐이다.


KakaoTalk_Photo_2025-01-14-16-16-43.jpeg 전깃줄에 콩을 구워 먹으면 맛있겠을 하늘이다,라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


늘 파란 하늘은 한결 같이 열려있다. 늘 푸릇하지 못한 나는 스무 살 시절과는 다른 뜨거움과 노릇함으로 살아간다.


늘 그곳에 있기에 안심되는 것들이 있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초록의 뒷산,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늘 푸를 것 같던 분들이 조금씩 야위어 가고, 고집을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세월의 막막함이 새삼 눈앞으로 다가온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던 이십 대에는 돈을 우습게 알았다. 생각의 깊이와 세상의 이해와 존재의 우물을 찾아다니며, 수원이 고갈된 깡마른 우물 바닥을 헤집으며 물줄기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겠다고 깊이 파고들곤 했다. 그 일련의 과정에 돈벌이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하지만 얇아진 부모님의 손목과 허리가 신경 쓰이는 요즘, 돈을 충실히 벌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혼하게 되면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도 돈은 필요하다.


이십 대에는 파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 없이 돈을 탐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돈을 탐한다. 낯짝도 제법 두꺼워졌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데 낯짝이 대수랴. 한동안 사랑하는 글을 위해 살았다면, 남은 삶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보겠다. 홀로 살아가기에 나는 터무니없이 연약하고 어린 사람이다.




2. 결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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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바다에서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즐기며, 맥주 한 모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물장구치며 헤엄치는 순간도 즐깁니다만, 모래사장에 누워 책을 읽거나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순간도 몹시 사랑합니다.


맛있는 안주와 술,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사랑하며, 한 번 꽂힌 여행지는 수 차례나 반복해서 다녀오곤 합니다. 음악은 재즈와 록을 들으며 요즘은 클래식도 즐겨 듣습니다. 튜닝의 끝판왕은 순정이라는데, 클래식의 맛을 알아가는 요즘입니다.


돈내기를 싫어합니다. 내기는 대개 스포츠와 게임의 순간에 찾아오는데, 게임과 스포츠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내기가 걸리면 돈을 잃을까 불안한 마음에 게임과 스포츠를 온전히 즐기질 못합니다. 즐기지 못할 바에는 내기가 무슨 의미인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하며, 다정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유머와 개드립을 시도하는 편이며, 상대를 웃기지 못했을 때는 때때로 시무룩한 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세 극복하고 다시 개드립을 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디에 계실지, 어떤 분 일지 지금의 저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저와 결혼하게 될 소중하고 사랑스러울 당신에게 보낼 이 글을 미리 써봅니다. 하지만 말 많고 참지 못하는 저의 성격으로 볼 때, 이미 위의 모습들을 잘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웃으며 그럼 그렇지, 넘어가 주세요.




3. 파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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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열이 고르지 못하다. 그래서 웃을 때 의식적으로 입을 가린다. 교정도 생각했지만, 자연스러움을 이유로 생각을 버렸다.


대학 수업에서 장자를 공부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깨달았다. 10년 전만 해도 잘 나가는 영화배우는 한결같이 키가 크거나 비율이 좋고, 얼굴이 작고, 피부는 옥같이 고왔다. 요즘은 주근깨도 매력이 되고, 뚱뚱한 체형도 매력이 되며, 현상수배 포스터에서 본 것만 같은 날카로운 인상도 매력이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결국 가장 아름답다.


가끔 사진을 통해서, 입을 가리지 않고 실컷 웃는 내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멍청하면서도 가끔은 귀여워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파란 하늘, 푸른 바다처럼 입을 활짝 벌리고 시원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느낀다. 그래. 나는 웃음이 많은 사람이다. 치열이 고르지 못하면 어떤가. 밝고 행복하게만 살면 된다. 잘 살고 있다.


내일 하루도 명랑하게, 파란 웃음을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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